성탄절인 25일 아침 서울 전농동의 한 다가구주택가. 김정국(79) 할아버지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집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30분을 걸어 도착한 그곳은 이미 축하객들로 붐볐다. 김 할아버지는 “추운 날씨 탓에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이 두려웠지만 오늘은 예수님이 오신 좋은 날이기에 참석했다”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황물로 다일공동체(대표 최일도 목사) 밥퍼운동본부에서 열린 ‘거리 성탄예배’에는 독거노인과 노숙인, 자원봉사자 등 3000여명이 모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처지와 행색은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다일공동체의 거리성탄예배는 오늘로 서른 번째를 맞았다.
1988년 12월 25일, 최일도 목사가 교회에서 당시 노숙인 세 사람과 초 한 자루를 켜고 캐럴을 부르던 것이 첫 거리 성탄예배였다. 예배에서 성탄 메시지를 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예수님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태어나셨고 스스로 낮아지셔서 사회로부터 외면·핍박받는 이들을 돌보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먹고 입을 것이 풍요로운 시대지만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예수의 사랑을 실천할 손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각계 인사들도 참석해 성탄과 더불어 서른 번째 맞은 거리 성탄예배를 축하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갑수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배우 윤석화 박상원씨 등은 다일공동체가 진행하고 있는 ‘생명의 쌀 이어가기 운동’에 동참했다. 이 운동은 쌀 기부를 독려하고, 기부 받은 쌀을 캄보디아 네팔 중국 우간다 필리핀 탄자니아 베트남 미국 캐나다 등에 있는 다일공동체 해외분원에 전달해 빈민구제사역을 지원한다.
참석자들은 최 목사의 선창에 따라 세계인권선언문을 함께 낭독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하며 예배를 마쳤다.
예배 후에는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방한복과 목도리, 장갑과 양말 등을 전달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 부산 호산나교회 등 국내외 교회들도 일제히 성탄예배를 드리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30년전 3명과 드린 거리 성탄예배, 올핸 3000명이 ‘노엘!’
입력 2017-12-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