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1% 저축은행 가계·기업 대출 50조원 다시 돌파
은행 여신 심사 깐깐해지자
제2금융권 대출 늘려
농·수·축·신협 상호금융은
대출 총량 300조원 넘어서
금리 추가로 인상되면
빚낸 자영업자·서민 직격탄
제1금융권인 은행의 여신 심사가 깐깐해진 틈을 타 제2금융권 대출이 슬금슬금 몸집을 불리고 있다. 대출금리가 연 11%인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잔액이 50조원을 다시 넘겼다. 농·수·축·신협의 상호금융은 300조원, 새마을금고 역시 100조원의 대출 총량을 돌파했다.
이들 대출은 은행보다 연 1∼7% 이상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운영자금이 부족한 자영업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생계 방편으로 어쩔 수 없이 빚을 내는 경우가 많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감행되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계층이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저축은행 대출잔액은 10월 말 기준 50조92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12월(50조2380억원) 이후 재차 5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부실대출로 검찰의 특별수사까지 겪으며 몰락했던 저축은행은 2014년 6월 대출잔액이 27조5700억원까지 쪼그라든 바 있다. 불과 3년여 만에 배 가까이 회복된 셈이다.
저축은행 대출잔액은 공교롭게도 2014년 7월부터 극적으로 반등한다. 박근혜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뜻하는 이른바 ‘초이노믹스’가 본격 가동된 시점이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 양도세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완화적 거시경제정책 3종 세트가 한꺼번에 실시되며 빚어낸 거품이다.
농·수·축·신협과 산림조합을 포함한 상호금융 역시 9월 말 기준 대출잔액이 300조원을 넘었으며, 유사한 구조의 새마을금고도 같은 시기 대출 총량이 100조원을 넘었다. 이들 역시 대출잔액을 배로 늘리는 데 불과 6∼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달 1조원 가까이 대출 총액을 늘려오고 있다. 은행 여신심사가 강화되며 수요가 넘어온 풍선효과 덕분이다.
한은은 제2금융권 대출 가운데 일명 자영업자 대출로 불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더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9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 개인사업자 대출은 60조1000억원 규모로 1년 만에 42.3%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경기에 따라 관련 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실물경기가 악화되고 부동산 가격까지 급락하면 이는 곧 금융위기를 불러오게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리·대출·부동산의 거시경제 3종 세트를 한 방향으로 몰아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박근혜정부 3종 세트가 거품을 불러왔는데, 지금 정부 역시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부동산 보유세 방침까지 역으로 한꺼번에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보완할 대출규제 미세 조정과 부동산 경기 하락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금리 상승기, 시나브로 불어나는 제2금융권 대출
입력 2017-12-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