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는 국내외 크리스천들의 삶과 신앙 이야기가 넘쳐났다. 장애아 가족들의 희망 찾기부터 ‘말씀 암송 신동’ 이야기, 간이식을 앞둔 선교사 사연과 지진으로 무너진 교회에 답지한 성도들의 온정 등 미션라이프에 보도된 기사들의 뒷이야기를 3차례 싣는다.
지난 10개월간 국민일보와 밀알복지재단이 저소득 장애아동·청소년과 그 가족들을 찾아 나서며 발견한 것이 있다. 일반인에겐 사소한 몸짓, 옹알이 하나가 절망 속 희망을 품게 하고 그렇게 품은 희망이 기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삶의 기로에 섰던 아이들과 가족이 ‘기적을 품은 아이들’ 시리즈 이후 마주한 오늘은 어제와 사뭇 달랐다. ‘구급차를 달고 살았던 아이’로 지난 6월 소개됐던 이사야(10·레녹스-가스토증후군)군은 6개월여 만에 신체지지 의자를 떠나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작은 기적을 맛봤다.
어머니 차은하(46)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사가 나간 이후 정기 후원자가 연결돼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최근엔 전에 보이지 않던 웃음을 짓기도 하고 가족들의 목소리를 구분해 반응하기도 하면서 의사표현까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차씨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시기에 국민일보를 통해 사야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상 이상의 응원과 위로를 받았던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며 “사야의 엄마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딸이 밥 한 숟가락 먹고 온전히 삼키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라던 김윤정(35)씨는 최근 소원을 풀었다. 세 살배기 딸 혜나(다운증후군)양이 후원을 통해 식구강·식행동 치료를 받으며 이제는 턱받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일일이 떠먹여줘도 먹는 음식보다 흘리는 음식이 많았던 혜나가 이젠 직접 숟가락을 들어보려고 시도한다”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응원해 준 분들을 생각하며 혜나와 더 큰 꿈을 펼쳐갈 것”이라고 전했다.
엄마 손바닥에 먹고 싶은 음식을 손글씨로 적는 게 의사표현의 전부였던 임준규(11·신경섬유종증, 자폐성장애 1급)군은 이제 인터넷으로 할인쿠폰을 찾아 엄마에게 전하는 ‘검색 도사’가 됐다. 신앙적인 발달은 더 놀랍다.
어머니 김은정(45·인천 효성침례교회)씨는 “감정표현이 늘어나면서 준규가 교회에 갈 때마다 목사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도해 달라고 조르는 통에 교회에서 가장 신앙심 좋은 성도로 소문이 났다”며 웃었다. 김씨는 “요즘에도 밥 먹을 때 기도를 빼먹으면 ‘아멘’ 하면서 엄마를 혼내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감사기도 제목이 늘어난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준규는 신체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음 달 4일 정밀검사 후 왼쪽 무릎 성장판을 닫는 수술을 앞두고 있다.
곽현민(10·백질연화증, 뇌병변장애 1급) 송주하(5·뇌병변장애 1급)군은 ‘기적을 품은 아이들’ 보도 후 MBC EBS 등 방송사의 후원 모금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며 아픔과 희망을 함께 전했다. 송군의 어머니 황정숙(40)씨는 “국민일보 보도 후 주하가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게 알려지면서 크리스천인 치료사 선생님이 치료 시작과 마무리 때마다 기도해 주신다”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덩실덩실 춤추던 주하가 지난 9일엔 생일을 맞아 신발 선물을 받으며 몇 번이나 축하노래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2017 미션라이프 보도, 그 후 (上)] 혼자 몸 일으킨 희귀병 사야… ‘기적을 품은 아이들’, 기적을 쓰다
입력 2017-12-2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