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 자유시간에 물놀이 하다 사망… 대법 “여행사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7-12-25 18:51

패키지여행의 자유시간에 물놀이를 하다 사망했다면 여행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특별한 계약 조항이 없다면 여행사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베트남 패키지여행 도중 숨진 A씨의 유족 등이 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2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지인들과 함께 베트남 남부 휴양지 붕타우로 3박5일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저녁 식사 후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A씨는 호텔 근처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했다. 이 모습을 본 가이드가 “바다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A씨는 물놀이를 멈추지 않았다. 가이드가 호텔로 돌아간 뒤 A씨는 큰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유족들은 “여행가이드가 여행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하급심은 여행사에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여행가이드는 사고 현장이 밤에 발생하는 큰 파도로 인해 해마다 익사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임을 명확히 알리고 경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이 청구한 1억∼7억원의 배상액을 각각 40%, 30% 범위에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여행사 책임이 없다”며 이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여행가이드가 물놀이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위험을 경고한 것만으로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행객을 강제로 끌어내거나 물놀이를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행위는 여행가이드가 취해야 할 합리적 조치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