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보건사업부 이재성 사관 “아픈 이웃 섬기는 일, 하나님이 원하는 일”

입력 2017-12-26 00:02
이재성 구세군 보건사업부 사관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구세군 중앙회관 2층 예배당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허름한 차림의 남성 수십 명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구세군 중앙회관 2층 예배당으로 몰려왔다. 이재성(55) 구세군 보건사업부 사관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50여명과 구세군 관계자 및 후원자 20여명이 함께 ‘성탄축하회 및 후원자의 밤’을 연 날이었다.

행사에서 만난 이 사관은 HIV 감염자 100여명과 암환자 50여명에게 아버지로 불린다. 2012년 구세군 보건사업을 담당하게 된 이후로 소외당하고 힘없는 이들을 섬겨 왔다. 충남대 법대와 구세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사관학교 훈련교관과 미국 뉴저지 구세군 영문 사역, 구세군 대한본영 홍보부장, 해외선교부장 등을 맡았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가 유독 보건사업에 열정을 바친 이유는 “하나님께서 시키는 일이 아닌 하나님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군 제대 후 기도하던 그에게 하나님은 “네 기도를 들어 보아라”고 답했다. 그는 분명 ‘하나님께서 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기도하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그는 하나님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급히 찾았다. “하나님께서 보낸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나님의 일”이라는 요한복음 6장 29절 말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후 사람 섬기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하나님께 일을 시켜 달라 하면 모호할 수 있다”며 “하나님 보내신 자, 고통받는 이웃을 섬기는 일이 하나님께서 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관은 2012년 국내에서 생소하던 원스톱 서비스를 구세군 감염인 재활센터(HRC)에 들여왔다. HIV 감염자들에게 심리 상담과 주거 자활을 위한 임대 지원, 재가복지 서비스, 경제 자활사업단 운영 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구세군 위기상담센터(1800-1939)도 만들었다. 고통스럽고 우울한 이들로부터 24시간 전화가 왔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정부 사회복지사업 등을 연결했다. 삶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 HIV 감염 사실을 알고 두려운 마음에 휩싸인 이들이 평안을 되찾았다.

이 사관은 “아픈 이들의 마음은 자라목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다가도 쏙 숨어버린다”며 “병아리가 알을 깰 때 어미 닭이 껍데기를 깨뜨려 돕는다는 줄탁동시처럼 아픈 이들을 위해 사회도 한 걸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받는 이웃을 섬기는 일은 예수님 살과 피를 현장에서 나누는 삶의 성례전”이라고 덧붙였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