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내년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어렵다” 전문가들 공통된 전망 왜

입력 2017-12-25 18:52

與 “공약이행” 野 “정략적” 팽팽
개헌특위 활동 재개 장담 못해
일부선 ‘동시 추진 포기’ 주장도

文 대통령 직접 발의 땐 더 파장
대부분 “국민이 동력 만들어야”


제19대 대선 여야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던 ‘6·13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가 좌초 직전까지 내몰렸다. 집권여당은 공통 공약 이행을 요구하지만 제1야당은 개헌이 선거 국면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될 것이라며 일말의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1987년 개헌 이후 30년간 변화된 국민의 기본권을 헌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내년에 동시 투표를 하지 않겠다면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특위 여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헌 열차는 종착역 없이 달리는 설국열차가 아니다”며 “여야가 정치적으로 합의만 하면 4월까지도 국회가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보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회가 개헌 논의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문재인표 개헌’만 고집하는 여당이 정략적으로 동시 투표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지난 22일 국회 개헌특위 활동기한 연장 문제를 놓고 협상을 거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12월 임시국회가 다음달 9일까지 자동 연장됐지만 개헌특위 활동 재개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개헌 논의가 난항만 거듭하자 전문가 그룹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배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회의 개헌 공방은 마치 ‘개헌이 누구 때문에 무산됐는지’를 놓고 싸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도 “정부 형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입장이 다르고, 제1야당은 개헌 논의를 뒤로 미룬 홍준표 대표만 따라가고 있어 동시 투표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추진을 포기해야 개헌안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정부·여당이 개헌 투표를 내년 정기국회 직전인 8월 정도로 연기하자고 야당에 제안해야 협의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개헌이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선거와 연계되다보니 야당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여당은 선거비용 문제를 얘기하는데, 개헌은 효율성이나 비용의 문제로 치환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우원식 원내대표는 “개헌 국민투표 결과는 투표율이 50%가 넘어야 인정되는데, 개헌 투표만 따로 하면 투표율이 50%를 넘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또 개별 투표로 인해 발생하는 1227억원의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여당과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박상병 교수는 “청와대가 개헌안을 내면 야당 입장에서는 개헌하지 말자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대통령 입장에서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개헌 공방은 일종의 꽃놀이패”라며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부결되더라도 선거나 국정동력 확보에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도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개헌안을 내놔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개헌의 공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조짐이 보이면 야당은 ‘같이 망하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결국 개헌의 동력은 ‘촛불정국’ 때처럼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현우 교수는 “권력 구조와 선거법 개정 문제로 여야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개헌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