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중단·와이어 노출… tvN 역대급 방송 사고

입력 2017-12-25 19:18
tvN이 24일 밤 내보낸 주말극 ‘화유기’에서는 스턴트 배우들의 ‘와이어 줄’이 그대로 노출된 장면이 방영됐다. 아래 사진은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초록색 크로마키(chroma key)가 등장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그야말로 ‘역대급 방송사고’가 터졌다. 케이블채널 tvN이 24일 밤 9시부터 내보낸 주말극 ‘화유기’가 문제의 작품이었다. 방송이 두 차례나 끊기더니 결국엔 방영이 중단됐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방송 역사에 남을 최악의 참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방송사고의 시작은 9시40분쯤부터였다. TV 화면에는 돌연 “60초 후 계속됩니다”라는 자막이 떴고, 1분짜리 중간광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광고가 끝난 뒤에도 드라마는 방영되지 않았다. tvN은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예고편만 10분 넘게 내보냈다.

방송은 재개됐지만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10시20분쯤 드라마 방영이 다시 중단된 것이다. 15분 뒤 방송은 재개됐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순 없었다. 10시41분쯤 방송이 아예 중단됐기 때문이다. 화면에는 “화유기는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 정규방송이 재개될 예정이오니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방송 지연과 중단만 문제가 된 건 아니었다. 화면에서는 스턴트 배우들의 ‘와이어 줄’이 그대로 노출됐다. 컴퓨터그래픽 처리도 엉망이었다. 화유기는 톱스타 이승기 차승원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방송사고 전날인 23일 첫 회를 내보낸 방송가 기대작이었다.

방송사고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SNS에는 “2회 만에 이 정도 수준이면 후반부 갈수록 난리나겠네” “tvN 광고만 6∼7번은 본 것 같다”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처사” 같은 항의성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번 방송사고는 한국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촬영 편집 등이 편성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마무리되는 국내 방송가 특유의 ‘생방송 드라마’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시크릿 가든’ ‘싸인’(이상 SBS) 등은 최종회에서 음향이나 음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문제가 됐다. 지난 9월 6일 방송된 ‘병원선’(MBC)에서도 드라마가 방영 도중 끊겨 11분이나 방송이 지연되는 사고가 났었다.

tvN은 화유기 2회를 25일 오후 6시10분에 재편성해 다시 내보냈다. tvN은 “(제작진이) 요괴라는 특수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제작진의 열정과 욕심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에 불편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