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스무 살 소년 하뉴 유즈루(23·일본)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친 끝에 총점 280.09점을 받아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싱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연기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그의 ‘강철 멘탈’이었다.
하뉴는 소치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에 맞춰 연기를 선보이다 쿼드러플(4회전) 살코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했다. 이어 트리플 플립을 시도하다 넘어졌고, 3연속 콤비네이션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 2점이 감점됐다. 어린 선수로서 극복하기 힘들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러나 하뉴는 당황한 기색 없이 이후 완벽한 실력을 뽐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뉴는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빙판 위에만 서면 “성공한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되새기며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 쓰나미 피해로 연습하던 아이스링크가 무너졌지만 일본 곳곳을 돌며 훈련에 매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일본 현지에서는 하뉴와 은퇴한 여자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의 가장 큰 차이를 ‘멘탈’로 꼽는다. 하뉴는 자신의 연기에 항상 냉철한 태도를 유지해왔고, 자그마한 실수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에 섰다는 것이다.
점프 기술이나 표현력도 완성도가 높아 한동안 정상급 실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어긋나지 않았다. 하뉴가 2015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받은 330.43점은 피겨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이며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하뉴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피겨 남자 싱글 2연패를 노리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달 9일 훈련 중 발목 부상을 당해 위기를 맞았지만 25일 일본빙상경기연맹이 발표한 일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려 평창행 기회를 잡았다. 하뉴가 부상을 털고 올림픽 무대를 또다시 빛낼지가 지구촌 관심사가 됐다.
박구인 기자
‘강철 멘탈’ 하뉴, 부상 털고 2연패 이룰까
입력 2017-12-25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