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오지 않는 ‘산타’… 코스피 연초랠리 올까

입력 2017-12-25 05:01

올 연말 국내 주식시장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남은 거래일은 사흘(26∼28일)뿐이다. 한때 2500선을 뚫으며 질주하던 코스피지수는 2440선까지 주저앉았다. 외국인과 개인의 주식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 주요 기업의 4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국내 주식시장에 ‘산타랠리’(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새해 초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현상)는 사라진 것일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년 초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 등 내년 투자 환경이 올해보다 나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최근 코스피지수 하락세는 외국인과 개인이 주도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22일 코스피시장에서 1조8253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도 3조231억원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정보기술(IT) 종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낸 보고서 때문에 급락한 뒤 좀체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4일 277만3000원에서 지난 22일 248만5000원으로 10% 넘게 빠졌다. 주요 국내 증권사들은 잇따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기존 추정치보다 낮추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이 영향으로 꼽혔다.

코스닥지수도 지난달 79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700선 중반대에서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엔진 역할을 해온 제약·헬스케어 업종의 하락 등이 원인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코스피지수가 더 떨어진다는 우려는 기우’라고 본다. NH투자증권은 “증시가 계속 하락하면서 바겐세일 구간에 진입했다”며 “아직 급격한 글로벌 금리 인상 등의 변화가 없는 점을 고려해볼 때 강세장이 끝난다는 신호는 없다”고 진단했다.

IT 대형주의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내년 1분기 실적은 다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수요가 여전하고, 실적 측면에서도 국내 IT 대형주의 위상은 견고하다”며 “최근 조정은 내년을 겨냥한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의 제약·헬스케어 업종이 내년에도 성장 흐름을 이어간다는 전망도 있다. 김 연구원은 “성장주로서의 가치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회의적 목소리도 만만찮다. 내년에도 강세장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IT 대형주 위주로 상승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이 가져올 파급효과도 리스크로 남아 있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부동산 과열 억제 정책에 따른 건설 부문 위축이 그대로 고용시장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 경쟁력이 IT 업종 등에 집중돼 있어서 한국 경제 내부에서의 격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