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망친 성탄 연휴… ‘항공 대란’ 승객들 보상은

입력 2017-12-25 05:05
짙은 안개로 항공편 지연·결항 사태가 속출한 2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 전광판에 항공편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인천공항=최현규 기자

이틀 연속 지연 결항… 발만 동동
“아무 얘기도 없이 기다리게 해” 항의
어제만 609편 지연·12편 결항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23, 24일 이틀간 해무(海霧·바다 위에 피는 안개) 사태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대거 지연·결항됐다. 연휴를 맞아 출국하거나 미리 해외로 떠났다가 한국에 들어오려는 승객의 발이 묶이면서 대혼란이 벌어졌다.

2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날 계획됐던 항공편 1070편 가운데 결항 58편, 회항 36편, 지연 468편 등 총 562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짙은 안개가 계속되면서 2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던 항공기 349편, 도착 예정 260편 등 총 609편이 지연됐다. 또 출발 6편, 도착 6편 등 총 12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24일 오후 들어서야 항공기 출도착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안개대란’에 승객들은 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승객 사이에서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23일 유럽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박모(27·여)씨는 “캐리어도 없이 9시간가량 기다리라 해서 황당했다”며 “23일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야 결항 얘기를 들었지만 항공사 측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와 내 돈으로 숙소를 잡았다”고 했다.

같은 날 가족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떠날 예정이었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도 공항에서 8시간30분을 기다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타려던 비행기가 전광판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승무원도 탑승경험 10년째인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여행객 상당수도 현지에서 하룻밤을 더 자야 했다. 해외로 나간 승객을 태우고 돌아와야 할 비행기가 인천공항에서 뜨지 못하면서 현지발 항공기도 결항됐기 때문이다. 일본 가고시마로 가족여행을 갔던 김모(47)씨는 “항공사나 공항 측이 아무 언질도 없이 기다리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날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귀국한 승객 박모(35)씨는 “안개 때문에 인천공항이 아닌 김해공항에서 내려야 했다”며 “그나마 다른 항공기에 비해 빠르게 입국해 다행인 것 같다”고 했다.

성탄절을 앞둔 항공 대란은 짙은 안개 탓이었다. 항공기상청은 23일 오전 6시20분부터 11시30분까지 인천공항에 저시정(低視程) 경보를 발령했다. 24일에도 오전 1시35분을 기해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다가 오전 5시45분 해제됐다. 저시정 경보는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내려진다. 일각에선 인천공항 관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지만 공항 측은 “시스템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항공기 1000여편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지만 승객들은 항공사에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고시에 따르면 항공기 출발 지연 시 항공사는 운임의 10∼30%를 탑승객에게 배상해야 한다. 다만 자연재해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기상 상황, 공항 사정, 항공기 정비 등은 안전운항을 위한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돼 배상금 지급 책임이 면제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국적항공사에 비해 사전 공지나 고객 편의 매뉴얼이 부족해 고객 불편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항공 소비자보호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 운영료 등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뒤 대규모 날씨 피해 발생 시 조금씩 보전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