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차서 오빠차 된 그랜저… SUV·친환경차 잘 달렸다

입력 2017-12-26 05:01



올 국내 자동차 시장 결산해보니

소형 SUV 판매 30% 넘게 늘어
경차·준중형 세단 수요 흡수

하이브리드 돌풍… 친환경차 86% 차지

그랜저 판매 올해 13만대 넘길듯
3040 구매 확 늘어 국민차 반열에

벤츠도 약진… 6만대 넘게 팔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의 질주, 친환경차의 가속. 2017년 국내 자동차 시장을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다. 개별 모델로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가 독주하며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BMW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다.

SUV 춘추전국시대

올해도 SUV 강세는 계속됐다. 특히 소형 SUV 시장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에서 소형 SUV는 총 12만535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3095대)보다 30% 넘게 성장한 수치다.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스토닉을 출시하며 소형 SUV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올해 7월에 등장한 두 차는 5개월 만에 각각 2만 1000여대와 7000여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소형 SUV의 절대 강자인 쌍용차 티볼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만대 고지(5만395대)를 돌파했다. 한국GM의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의 QM3도 각각 1만대를 넘게 팔았다. 업계에서는 소형 SUV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경차와 소형차, 준중형 세단의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는 수입차도 소형 SUV 시장에 본격 가세한다. BMW는 뉴 X2를, 볼보는 XC 40을 국내에 출시한다.

대형 SUV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쌍용차가 지난 5월 출시한 ‘G4 렉스턴’은 대형 SUV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누적 1만여대, 월평균 약 1877대를 판매했다. G4 렉스턴은 쌍용차가 한국 시장에서 대형 프리미엄 SUV의 부활을 알리는 모델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SUV 경쟁은 내년에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 신형 싼타페를 시작으로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카니발과 스포티지의 새 모델을 내년 상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GM도 실적 반등을 위해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SUV 에퀴녹스를 내년 국내에서 출시한다.

친환경차 가속도

친환경차 시장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친환경차는 8만8713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6만8826대)을 넘어섰다. 판매된 전체 친환경차의 86%가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였다. 전기차 판매량(1만2344대)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친환경차는 기아차 니로(2만721대)였다. 이어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1만6190대를 팔았고, 아이오닉 시리즈는 전기차(7164대), 하이브리드차(4073대)를 더해 1만1237대가 팔렸다.

수입차에서는 렉서스 ES300h가 6936대로 1위였다. 이어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3139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2099대) 등 일본차가 판매 상위권을 휩쓸었다. 내년에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신차가 쏟아질 전망이다.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차 니로 EV 등이 출시되고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도 출시된다. 수입차도 BMW i3, 닛산 리프 등이 내년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랜저, 아저씨차에서 국민차로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IG는 11월까지 12만3000대를 팔았다. 올해 매달 1만∼1만2000대를 꾸준히 팔아 왔던 점을 감안하면 연 13만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그랜저 시리즈 중 최대 판매 실적인 동시에 올해 국내 판매량 10만 대를 돌파한 유일한 차다.

그랜저는 그동안 ‘중장년층 차량’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신형 모델은 이미지가 확 젊어졌다. 판매대수로 따지면 ‘국민차’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특히 ‘3040’ 연령대의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의 차급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30대와 주력 소비층인 40대의 비중은 이전 모델인 그랜저 HG(37%)보다 6%포인트 더 높아진 43% 수준”이라고 말했다.

벤츠 6만대 약진, BMW 520d 선전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11월까지 6만4902대를 판매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 6만 대를 넘어섰고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30%대를 넘었다. 프리미엄 세단 신형 E클래스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덕분이다.

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E클래스는 올해 11월까지 3만1109대가 판매돼 수입차 최초로 단일 차종 연간 3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SUV 시장에서도 벤츠는 수입차 중 가장 다양한 7종의 라인업에서 올해에만 1만2359대를 판매했다.

벤츠와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BMW는 520d 모델이 질주를 이어갔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단일 모델은 BMW 520d로 누적 8195대를 판매했다. BMW는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24.7%)를 차지하며 벤츠를 바짝 뒤쫓고 있다.

글=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