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정부세종청사 5동에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방역과 사무실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13명 가운데 8명이 출근했다. 이기중 AI방역과장은 지난달 17일부터 38일째 집에 가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전북 고창 육용오리 농가에서 처음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뒤로 늘 ‘근무 중’이다. 그는 “AI 발생을 못 막은 죄인인데 어떻게 집에 가겠느냐”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직제를 개편하면서 AI방역과를 새로 만들고, AI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AI방역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 600명 안팎이 참여하는 영상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매번 바뀌지만, 지자체 대응 상황 점검 및 독려라는 내용은 비슷하다. 방역 현장 실무를 지자체가 맡기 때문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24일 긴급 방역점검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계 유지를 당부했다. 김 장관은 “AI 초기 확산을 막으려면 농가 단위 방역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성탄절 연휴에라도 사육하는 닭이나 오리 등에서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즉각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수시로 들어오는 의심사례 수집과 대응도 AI방역과 몫이다.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사고도 터진다. 지난 11일 영상회의를 마친 후 뇌출혈로 쓰러진 전남 곡성군의 권삼주 안전총괄팀장은 투병 12일 만인 23일 오후 5시55분 숨을 거뒀다. 이 과장은 “전남 영암 육용오리 농가의 경우 신고를 오전 2시13분에 전달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야생조류 분변 조사 결과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다. 가금 농가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은 지금까지 4건에 그치지만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검출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지난 10월부터 57건이 나왔고 이 가운데 5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됐다. 확진 일자를 보면 최근 들어 AI가 더욱 기승이다. 지난 20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1건 확진되더니 23일에도 1건이 추가됐다. 이 과장은 “내년 3월까지는 집에 못 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크리스마스도 반납한 AI 컨트롤타워
입력 2017-12-2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