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聖地 논란… 이번엔 그리스 정교회

입력 2017-12-25 05:03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앉았다고 전해지는 팔레스타인 성지가 현지의 그리스 정교회 신도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 갈등이 격화하면서 토지를 이스라엘 측에 임대한 정교회 지도부가 현지 신도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의 중심은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카시스마(Kathisma)’라고 불리는 작은 바위다. 수천년간 기록물로만 전해지다 1992년 고속도로 확장공사 도중에 발견됐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리아는 예수를 낳기 며칠 전 요셉과 함께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에 이 바위에 걸터앉아 우물물을 마셨다. 주변에는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지어진 옛 교회 유적도 남아있다.

문제는 바위와 유적이 그리스 정교회 소유지만 이스라엘이 주변 토지를 그리스 정교회로부터 임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WP는 정교회가 이곳 외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자신들 소유의 토지 대부분을 이스라엘 측에 매각하거나 수십년 단위로 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정교회 문서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토지 매매 및 임대 계약은 최소 20건이며 이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1억11만4285달러(1092억343만원)다.

팔레스타인 현지 신도들은 소송과 시위 등으로 격렬하게 항의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이 기독교 성지에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와중에 투명한 절차 없이 이익 때문에 넘겨줬다는 비판이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 기독교인은 약 5만명이며, 그리스 정교회 신도가 절반에 이른다. 신도 일부는 예루살렘 지역 주교인 파트리아크 테오필로스 3세의 사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교회 지도부는 매매나 임대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포교에 필요한 수입을 벌어들이기 위해 공식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테오필로스 3세는 “모든 것은 시노드(종교회의) 허가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