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아마존·구글, 스마트홈 주도권 각축전

입력 2017-12-24 19:38 수정 2017-12-24 20:45

미국 IT 업체들이 ‘스마트홈’ 기술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장해가고 있다. 아마존은 스타트업 인수로 무선 보안카메라 기술을 보강하는 한편 다른 가전 업체와의 협업으로 스마트홈 적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스마트홈 기술은 주로 음악을 틀어주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마존은 최근 무선 보안카메라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블링크’를 인수했다고 포브스 등 미국 매체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의 블링크 인수는 스마트홈 기술을 보강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이 많다. 스마트홈 기술은 TV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수도, 전기, 냉난방 등 에너지 장치 등을 사용자가 스마트폰, AI 스피커 등을 통해 모니터링·제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집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무선 보안 카메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마존은 최근 스마트홈 기술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는 삼성전자·LG전자·보쉬 등 세계 33개 주요 가전·로봇 업체와 손잡고 기술 호환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동차 업체 포드와 함께 시동 켜고 끄기, 목적지 검색 기술 등도 개발하는 중이다.

구글도 지난해 공개한 AI 스피커 ‘구글홈’으로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구글의 스마트홈 기술 개발 기업인 네스트는 대형 가전업체들과 손잡고 서비스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에코와 구글홈은 올해 세계 시장점유율 66.9%, 25.3%를 차지하며 나란히 점유율 1, 2위를 기록했다. 기술력을 높이고 주요 업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한 게 주효했다. 에코는 ‘아마존에 기저귀 주문해줘’ 같은 음성 제어 기능을 2만5000개 이상 제공한다.

애플의 스마트홈 기술인 ‘애플홈’도 최근 코스트코·월마트 등 미국 대형유통업체와 협업해 음성 쇼핑 기능을 보강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 맞서기 위한 차원이다.

국내 이통 3사도 스마트홈 서비스를 AI 스피커와 연동해 제공하고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이통 3사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탑재된 가전기기나 건물 가운데 이통사 스마트홈 서비스와 호환되는 일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로 조명·난방이나 로봇청소기 등을, KT는 AI 셋톱박스 ‘기가지니’로 에어컨과 비데 등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 스마트홈 서비스에 특화한 AI 서비스 ‘우리집 AI’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홈 서비스는 미국보다 호환성이나 서비스 종류, 기술력에서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 후발주자인 국내 IT 업계가 출시한 AI 스피커는 주로 날씨를 알려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개인비서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