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사망 처리 스트레스로 자살… 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2017-12-24 19:00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3년여 전 목숨을 끊은 회사원 A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9월 부하직원 B씨 등과 중국 출장을 갔다. B씨는 현지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던 중 폭행 사건에 연루돼 사망했다. A씨는 이 사고를 처리하며 무척 힘들어했다. 귀국 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약을 과다 복용하는 등 자살 기도까지 했다. 회사는 결국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물어 A씨를 해고했다. 그는 그해 11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법원은 A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 사망 사고에 따른 회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A씨의 정신과적 질병 등이 이 사건과 복합적으로 작용, 정상적인 판단·인식 능력이 저하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사고 대책을 세우기보다 A씨에게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면서 출장 업무를 그대로 수행토록 했다”며 “A씨가 남긴 유서에 회사에 대한 원망이 적혀 있는 점 등을 보면 업무가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