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와 전원·퇴원 신생아들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은 병원 위생관리에 허점이 있었는지 파헤치고 있다.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보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26일부터 29일까지 하루 1∼2명씩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에 관련자 7∼8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며 “위생 상태를 비롯해 평소 안전관리와 교육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소환 조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22일 병원 수간호사와 약제사를 소환해 완전정맥영양약제(TPN) 약제 제조 과정, 당직근무 인원 배분, 외부인의 신생아중환자실 출입 가능성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최근 숨진 신생아 중 한명이 사망 닷새 전 로타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의무기록을 확인했다. 발열, 구토, 수양성 설사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로타바이러스는 환자의 변·구토물과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손을 통해 감염된다. 앞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전원하거나 퇴원한 신생아 중 4명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로타바이러스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았다면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경찰은 바이러스 감염이 신생아중환자실의 위생·안전관리 체계의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한 아기들 외에 다른 신생아들의 의무기록도 확보해 중환자실에 로타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6일 발표할 3기 상급종합병원(2018∼2020년) 지정기관에 이대목동병원을 재지정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등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종합병원으로 최고 등급의 의료기관이다. 이대목동병원은 1기(2012∼2014년)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2기(2015∼2017년)에도 지위를 유지해 왔다.
신생아 사망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양수액이나 주사제, 의료인 손 등을 통한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 등급 지위를 재부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4일 “이대목동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재지정할지, 탈락시킬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사망원인이 나올 때까지 재지정 여부 결정을 보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지난 7월에는 신생아중환자실 근무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9월에는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된 일이 있었다.
허경구 민태원 기자 nine@kmib.co.kr
숨진 신생아 로타바이러스 감염 확인… 수사 급물살
입력 2017-12-2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