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스로 낮아져 이 땅에 온 아기 예수

입력 2017-12-24 18:05 수정 2017-12-24 21:14
오늘은 성탄절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를 드러내는 아기 예수가 강림한 선물 같은 날이다. 한국교회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연합 등 한국교회 연합기구는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예수 탄생을 축복했다. 24일 성탄주일을 맞은 한국교회는 성탄의 기쁨을 선포했고 교인들과 함께 영광을 나눴다. 교회와 교계단체들은 쪽방촌과 이주노동자, 위안부피해자 할머니, 노숙인, 무의탁노인 등 힘겨운 사람을 찾아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주일 저녁엔 교회별로 성탄축하예배를 갖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해 예수가 이 땅에 온 의미를 되새겼다.

성탄절은 부활절과 함께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다. 부활이 예수를 통해 죽음을 이기고 희망을 확인한 사건이라면 성탄은 그 소망의 원천을 확약 받은 증거다. 예수는 높고 귀한 하늘 보좌에서 스스로 낮고 천한 이곳에 내려왔다.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피로 우리 죄를 대속(代贖)했다. 3년의 짧은 공생애 동안 그의 궤적은 늘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향했다. 마구간에서 태어난 예수는 성전이 아닌 노상에서 말씀을 전했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며 세상과 소통한 길 위의 낮은 존재였다.

예수는 이 땅에서 희생과 용서, 나눔과 사랑을 가르쳤음에도 우리는 역주행의 삶으로 일관하는 듯했다. 천한 몸을 자처한 예수와 달리 낮아지기보다 높아지기 위해 몸부림쳤다. 교회는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역력했으며 이는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결과를 불러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는 한국교회는 올 한해 적잖은 도전을 겪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라는 날선 비판을 경험했으며 급증하는 동성애 이슈와 발호하는 이단에 맞서 싸웠다. 내년부터는 종교인과세라는 낯선 시험대에 오른다. 목회자와 교회재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번 성탄절의 참뜻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갱신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성탄의 빛이 다툼과 불의, 부조리 등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을 밝히기를 기도한다. 원칙과 기본을 지키지 않아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사고를 언제까지 목격해야 하는가. 더 이상 안타까운 목숨이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멈춰야 한다. 양극화와 청년실업 같은 안타까운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돼야겠다. 내년에 집권 2년 차를 경험하는 문재인 정부가 예수의 공의와 함께 화해를 실천하는 일이 목격되기 바란다. 무엇보다 북한정권의 무모함과 횡포함을 아기 예수의 온기로 녹이는 성탄절이 되기를 간구한다. 성탄절은 일회성의 축일이 아니다. 삶이 팍팍하고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낸 하나님의 역사를 떠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