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난민과… 소외이웃에 전한 성탄의 사랑

입력 2017-12-25 00:01
한국교회봉사단 단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성민교회에서 개최한 ‘동자동 주민과 함께하는 2017 성탄절 사랑나누기’ 행사에서 쪽방촌 주민에게 전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한교봉 제공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의 한 상가건물 2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네팔 전통악기 ‘마들’로 연주하는 찬양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네팔 향신료인 마살라 향기가 가득한 1층 부엌에는 네팔 명절음식인 염소요리가 마련돼 있었다.

조선족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의 네팔노동자교회(이종만 목사)의 성탄 맞이 풍경이다. 이날 교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네팔 노동자 16명이 모였다. 이 목사와 함께 네팔어로 성경을 읽고 기도한 이들은 예배 후 노래자랑에서 네팔 캐럴, 찬송가, 가요를 흥겹게 부르며 향수를 달랬다. 톨라즈 네우바네(37)씨는 “네팔에선 힌두교를 믿었기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는 한국이 처음”이라며 “일로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고 축복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전국 교회와 교계기관은 이주노동자, 난민, 조선족 등 ‘한국 사회 속 이방인’으로 불리는 이들과 소외이웃이 함께하는 예배를 잇달아 열었다. 한국교회는 이들과 현지 언어로 찬양하며 성탄의 기쁨을 전하는 동시에, 소외 이웃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며 온기를 나눴다.

나그네와 함께 한 성탄예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이성구 목사)는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로의 국제난민지원센터 ‘피난처’에서 난민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드렸다. 1999년 창립된 피난처는 탈북민을 포함한 국제 난민을 위한 생활과 자립과 숙소 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30여 명의 난민들이 생활 중이다.

한목협 상임회장 김명현(이천 순복음교회) 목사는 “나그네로 우리나라를 찾아 온 난민에게는 오직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필요하다”며 “우리 기독교인은 난민들에게 희망을 돌려주고, 치료해주고, 하나님의 자비를 보여줘야 한다”고 설교했다.

한목협은 이날 “대한민국을 찾아온 난민들이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이웃임을 인식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며 사랑으로 돌아보고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피난처의 난민을 위한 격려금과 방한복을 전달했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따뜻한 돌봄을 통해 하나님을 믿지 않던 난민들이 주님을 영접하기도 한다”며 “한국에 있는 약 3만 명의 난민에게 한국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가 주로 다니는 서울 구로구 한중사랑교회(서영희 목사)는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청 강당에서 송년성탄문화축제 겸 전도축제를 개최했다. 중국 동포 1450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족 전통무용과 밴드공연, 개그우먼 조혜련 간증 등의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구로구는 국내 중국 동포의 최대집거지 중 한 곳으로 이들을 안정적으로 체류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교회가 수년간 대형 위로잔치를 베풀어 동포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쪽방촌 주민에게 밥 한 끼의 사랑

“오늘 예수님이 오신다면 화려한 빌딩 숲이 아니라 바로 여기 동자동으로 오실 것입니다.”

지난 23일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주최로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열린 ‘동자동 주민과 함께하는 2017 성탄절 사랑나누기 음악회’에서 한태수 한교봉 상임이사가 전한 인사말이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400여명이 참석한 음악회에서는 은평성결교회 어린이중창단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민요메들리 등을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한교봉은 주민에게 성탄선물과 도시락을 전하며 아기 예수가 나신 기쁨을 나눴다.

한교봉은 성탄절을 맞아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동자동 쪽방촌 주민을 위한 ‘성탄절 사랑나누기’ 행사를 진행해왔다. 3일 동안 쪽방촌 주민에게 점심식사와 선물을 전하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위해선 도시락을 배달했다.

양민경 이사야 장창일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