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라는 큰 산을 넘은 롯데가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순환·상호출자 고리를 내년 4월 안으로 전부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말로 예정됐던 임원 인사는 재판으로 미뤄지면서 내년 초를 바라보게 됐다.
지난 22일 신동빈(사진)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롯데는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지난 10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아직 체제 정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다. 롯데지주의 출범으로 42개 계열사가 지주사에 편입됐지만 화학과 호텔 등 관광 부문 계열사들은 지주사 체제로 편입되지 못했다. 이에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한 데 이어 2차로 화학 부문 계열사를 편입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계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는데 일본롯데홀딩스 등 일본인이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상장하지 않고 지주사에 편입하려면 일본 측 지분을 전부 매입해야 하는데 롯데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어서 상장이 필수적이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기업 이미지를 떨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상장되면 국내 일반 주주의 지분율이 40%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앞서 외신 인터뷰에서 “2019년쯤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계열사의 지주사 편입이 진행되고 2019년에는 호텔롯데 상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24일 “사드 보복 국면이 마무리되는 대로 호텔롯데 상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순환·상호출자 고리를 50개에서 11개로 줄였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4월 12일까지 나머지 11개의 고리도 모두 없애야 한다. 한국후지필름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 3.84%와 롯데정보통신(2.35%), 대홍기획(1.11%)이 보유한 총 7.30%를 처분하면 롯데지주의 순환·상호출자 고리는 모두 끊어지게 된다.
선고 전날 장인상을 당한 신 회장은 연말까지 일본에 머무를 계획이다. 조문을 위해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와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원위원장, 이원준 유통사업부문(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 이재혁 식품 BU장, 허수영 화학 BU장 등 롯데 수뇌부는 25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롯데는 조만간 내년도 사업과 투자 계획을 확정하고 연초에 그룹 임원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글=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한숨 돌린 롯데, 지주사 확대·호텔롯데 상장 가속도
입력 2017-12-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