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당사자 의견 배제
업무실적 등 단서 달아
특정인 걸러내기 의혹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정책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부당해고 논란(국민일보 2017년 11월 28일자 1면 보도)에 휩싸였던 산업연구원이 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노조와 비정규직 당사자를 배제한 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임의적’이라고 지적받은 내부 인사기준을 정규직 전환 요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전원을 원칙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정부정책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4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 설명회를 열었지만 무산됐다. 당사자인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설명회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불씨는 사측의 ‘일방통행’이었다. 산업연구원 노조 측은 24일 “사측이 구성한 심의위원회가 정규직 전환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조 또는 비정규직을 대변할 위원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노사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권고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또한 노조는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 역시 문제가 많다고 비난한다. 산업연구원은 초청직 연구위원을 포함해 37명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추산한다. 전체 비정규직 연구원의 약 72%다. 다만 사측은 ‘자격요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최근 2년간 연구실적이 340∼370점 이상이어야 하고, 최근 1년간 업무실적이 85점 이상이어야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요건 가운데 업무실적은 앞서 산업연구원이 비정규직 연구원 3명을 부당하게 해고할 때 써먹었던 카드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산업연구원이 해고한 연구원 3명에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면서 “업무실적 판단이 임의적이라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노조 측은 “미운털이 박힌 복직 비정규직 연구원들을 다시 걸러내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규직 전환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비정규직 연구원은 정규직 자리를 놓고 신규 지원자와 공개경쟁을 해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상시·지속적 업무로 판단된 경우 현재 해당 직을 맡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붙이는 것은 정책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고위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구체적 내용은 노조, 비정규직 당사자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부당해고 논란 산업연구원… 이번엔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일방통행
입력 2017-12-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