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올들어 네 번째 유엔 대북제재 의미 직시하라

입력 2017-12-24 18:06
북한이 24일 “미국은 우리가 천신만고로 개발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망상에서 깨라”는 내용의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에만 4번째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통과된 것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전날 김정은이 노동당 세포위원장대회 폐회사에서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대담하고 통 큰 작전을 더욱 과감하게 전개하겠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뻔한 반응이다. 강력한 제재를 하나씩 이행하며 압박하는 국제사회에 반발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의 내부 동요를 달래려는 의도가 담긴 상투적인 발언이다.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2397호는 말로 그치지 않는 대북제재라는 점이 특징이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휘발유와 디젤유 등 정제유의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낮췄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 원유 공급량을 국제사회에 보고토록 했다. 선적국인 북한의 동의 없이도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어 석탄·석유 불법 환적을 해상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북한 해외 노동자는 2년 안에 모두 귀국해야 한다.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강력하게 실현할 방법이 담긴 것은 사실이다.

북한은 이번 제재안의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두렵게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방파제 뒤에 숨어 허풍을 떨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북한군 병사의 잇따른 귀순과 급격하게 늘어난 동해로의 주민 탈출이 의미하는 점은 분명하다. 김정은은 미국에 대적하는 핵 강국이라는 최면술과 잔혹한 숙청으로 동요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재의 효과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20년 넘게 핵과 미사일을 만지작거리며 벌여온 벼랑 끝 게임은 쓸모가 없어졌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