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선거서 예상 밖 선전
독립지지 3개 당 70석 확보
투표율 81%… 역대 최고
독립 움직임 다시 힘 받고
선거 강행한 스페인 타격
스페인 정부, 대화 나설 듯
스페인 카탈루냐의 조기 지방선거에서 독립 지지 세력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조기 선거를 통해 이전보다 온건한 자치정부를 세워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을 억누를 심산이었지만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가 나왔다. 카탈루냐 독립파가 향후 중앙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선거에서 독립파 3개 정당이 전체 135석 중 70석을 차지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15년 선거 때보다는 2석 줄었지만 과반이다. 벨기에로 피신해 있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위해함께’가 34석, 수감 중인 오리올 훈케라스 전 부수반의 공화좌파당이 32석, 대중통합당이 4석을 얻었다. 다만 제1당은 독립에 반대하는 시민당(37석)에 돌아갔다.
선거로 독립 세력을 진압하려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큰 타격을 입게 됐고 혼란이 수습되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지난 10월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독립을 선포하자 라호이 총리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자치의회·정부를 해산했다. 그는 투표율 43%로 반쪽짜리 선거였던 주민투표 결과와는 다른, 진짜 민의(民意)를 보여 달라며 조기 선거 카드를 내놨다. 그러나 81%로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도 민의는 독립 지지 쪽이었다.
독립 선언을 주도하다 해임된 푸지데몬 전 수반은 피신지인 브뤼셀에서 “카탈루냐 공화국이 이겼고 스페인은 졌다”며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로부터 한 방 먹었다”고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푸지데몬의 승리이기도 하다. 그가 이끄는 카탈루냐위해함께는 제3당에서 2당으로 올라서게 됐다. 푸지데몬은 선거에서 이기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반역 혐의를 받고 있어 귀국하면 바로 구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가 독립파의 승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독립 재추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독립파 3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새 수반을 세우는 일도 쉽지 않다. 두 좌파 정당(카탈루냐위해함께, 공화좌파당)이 극우 성향의 대중통합당까지 포섭해야 한다.
새로 구성되는 자치정부가 독립을 이전처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했다. 공화좌파당은 두 달 전 독립 추진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신중한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반대파 시민당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네스 아리마다스 시민당 대표는 독립파의 이번 득표율이 48%에 그친 점을 들어 “독립파는 카탈루냐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독립파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라호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는 (카탈루냐 독립을 바라보는 데) 다양한 관점이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대화에 기반한 새 시대가 카탈루냐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카탈루냐 독립파 과반 성공… 뒤통수 맞은 스페인
입력 2017-12-22 19:44 수정 2017-12-22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