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가격 인상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삼성 관계자를 소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 정부와 언론을 앞세워 한국 반도체 회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22일 “중국 감독기관은 삼성이 6분기 연속 반도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내년 1분기에도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면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이 문제에 관해 삼성 측에 ‘웨탄(約談)’을 시행했다”고 보도했다. 발개위는 중국에서 우리의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정부 조직으로 경제운용 계획을 짜고 가격 관련 담합을 조사한다. 웨탄은 ‘사전에 약속을 잡아 진행하는 조사와 교육’이라는 의미로 당국이 공무원이나 기업인을 소환하는 중국 특유의 관행이다. 다만 이 매체는 발개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시작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조사나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보도의 배경에 반도체 가격 인상을 향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불만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가격 결정권을 거머쥐고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발언권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로 D램 시장의 48%, 낸드플래시 시장의 35.4%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반도체 공급가 상승에 강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최근 프리미엄폰까지 생산하면서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반면 중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을 향해 노골적인 압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품귀를 빚는 상황에서 물량 확보가 시급한 중국이 ‘갑질’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반도체값 불만?… “中, 삼성측 소환”
입력 2017-12-22 20:06 수정 2017-12-2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