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前 총리도 같은 판결
성완종 메모·육성 증거 안돼
전달자 진술 번복도 한몫
洪 “폐목강심 세월 보내
검사 증거 조작 책임 물을 것”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무죄가 확정됐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메모와 육성 인터뷰는 끝내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했다. 2015년 ‘55자 메모’로 대한민국을 소용돌이에 빠트렸던 이번 사건은 발생 988일 만에 사법처리 0명으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들이 2심 판결을 받은 시점은 지난 2월과 지난해 9월로 각각 달랐지만 대법원은 두 사건을 같은 날 차례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를 인정하는 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죄를 인정하는 데 얼마만큼의 증명이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이 직접 건넨 현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핵심 증거는 ‘홍준표 1억, 이완구’라고 적힌 성 전 회장의 유품 메모와 사망 직전 인터뷰, “돈을 전달했다”는 윤 전 부사장의 진술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자꾸 바뀌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 전 총리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 대표는 무죄가 확정되자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년8개월간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휘말려 폐목강심(閉目降心·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뜻)의 세월을 보냈다”며 “누명을 벗게 돼 참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재판에서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문 총장이 조작에 가담했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사필귀정”이라며 “홍 대표의 확고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신(新)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글=양민철 이종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성완종 리스트’ 대법 선고… ‘족쇄’ 풀려난 홍준표(무죄 확정)
입력 2017-12-22 19:08 수정 2017-12-2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