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비리 ‘롯데 총수 일가’ 1심 선고… ‘구속’ 피한 신동빈(집유 2년)

입력 2017-12-22 19:06 수정 2017-12-22 21:28
1심 선고 공판을 끝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횡령·배임 일부만 유죄 판단
총수 부재 ‘최악’ 상황 면해

신격호 징역 4년 받았지만
건강 이유 법정 구속은 안해

신동빈 무죄·서미경은 집유


법원이 22일 ‘롯데 경영비리’의 몸통을 신격호(95) 총괄회장이라고 판단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신동빈(62) 회장에게는 부친 때부터 내려오던 범죄행위를 끊지 못하고 가담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의 징역 10년 구형에 긴장했던 롯데는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총괄회장에 대해 “그룹 내 절대적 영향력을 이용해 범행의 전 과정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8)씨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롯데 경영비리’를 “신격호 시대에 발생한 범행”이라고 규정했다. 신 회장에 대해서는 “범행에 가담해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후계자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 일선에서 격리하는 것보다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 회장 등은 수천억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총수 일가에게 공짜 급여를 지급하고,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몰아준 혐의 등이다. 신 총괄회장은 조세포탈, 신 회장은 부실 계열사에 회사 자금을 동원한 혐의 등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봤다. 신 총괄회장이 직접 관여한 영화관 매점 불법 임대와 공짜 급여 두 가지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롯데쇼핑이 얻을 수 있었던 영업이익을 서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넘겨줘 계열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 없어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씨에게 10년간 지급된 공짜 급여도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의 급여는 정당한 대가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서씨 급여 지급 부분만 제외하고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신 회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신 회장의 핵심 혐의였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혐의 등에 대해서는 “경영상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결정이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신 총괄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도 면소 또는 무죄로 판결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