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살인’ 진범, 16년 만에 단죄

입력 2017-12-22 18:36 수정 2017-12-22 22:00
1월 11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영훈)는 16년 전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 등 살인)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39·당시 24세)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무기징역 선고 이후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16년 전 전남 나주 드들강변에서 여고생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범인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없앤 이른바 ‘태완이법’을 적용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년간 전자발찌 부착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2001년 2월 일어난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숨진 박모(당시 17세)양의 몸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이 발견됐지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김씨가 범인으로 특정된 건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뒤였다. 2012년 8월 다른 강도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김씨의 DNA가 박양의 몸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김씨는 “성폭행은 했지만 죽이진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결국 검찰은 박양을 죽였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사건이 다시 들춰진 건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다. 검찰은 살아서 움직이면 정액과 혈액이 섞인다는 실험결과 등을 근거로 김씨가 박양을 살해한 범인임을 밝혀냈다. 박양 체내에서 채취한 김씨 정액과 박양의 생리혈이 섞이지 않은 것은 성폭행 직후 곧바로 살해됐기 때문이란 걸 입증해 낸 것이다. 여기엔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의 도움이 컸다.

김씨의 무기징역 확정 소식을 들은 박양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곧 딸과 남편이 묻힌 곳에 찾아가 소식을 알려주려 한다”며 “16년간 풀지 못했던 딸의 억울함과 우리 가족의 고통, 작고한 남편이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