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게이트’로 번지나… 아이폰 업데이트 때 성능 고의 저하 숨기기까지

입력 2017-12-22 20:04

애플 “전원OFF 방지용”
성난 美소비자들 집단소송 나서
“솔직했어야” 32%

삼성 등 안드로이드폰
성능 저하 기능 없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적으로 저하시켰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애플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 배터리 수명이 줄어든 기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렸고, 이 같은 사실을 감췄다는 점에서 ‘배터리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까지 감지된다. 미국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22일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 10명 중 8명은 애플의 고의적인 아이폰 성능 저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애플이 솔직했어야 했다”는 응답이 31.95%로 가장 많았다. 성능을 저하시키는 업데이트를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문 참여자 중 23.48%는 “애플이 무료로 배터리를 교환해 주어야 한다”고 답했다. IT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0.8%가 “애플은 고의적인 성능 저하 사실에 대해 알렸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배신감을 느낀 미국 소비자들은 잇따라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애플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분노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열화’되고 충전용량이 줄어든다. 이에 최대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전원이 꺼지는 등 기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기기의 성능을 낮추도록 조치를 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6·6s·SE에 이 같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이달 2일 나온 iOS 11.2에서는 아이폰7에도 같은 기능을 적용했다.

그러나 애플은 업데이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국의 테크 전문매체 긱벤치가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검증한 뒤에야 뒤늦게 설명을 내놓았다. 기기 교체를 유도하기 위해 고의로 성능을 저하시킨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제품에는 제조사 또는 기기 자체가 배터리 용량을 확인해 임의로 성능을 떨어뜨리는 기능이 들어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에서 불거진 고의 성능 저하 문제는 안드로이드 폰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플코리아가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카이스트의 주장에 우리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전날 핀펫(FinFET) 반도체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를 개시했다. 핀펫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핵심 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구성하는 기본 소자다.

글=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