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는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헬스장, 목욕탕,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8층 전체를 뒤덮었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일어난 화재는 반드시 대형 참사를 낳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무리 화재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을 만큼 현장은 참혹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다중이용시설 화재는 소홀한 안전의식이 초래하는 대표적인 복합인재다. 호텔, 백화점, 마트, 극장, 스포츠센터 등 많은 사람이 찾는 시설에 화마가 덮치면 피해는 엄청나게 커진다. 따라서 소방당국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중점 안전점검을 실시해 화재위험 요소를 사전에 없앤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상시적인 소방특별조사가 이뤄진다. 이번 화재가 당국의 특별조사 시기 전후에 발생했다는 점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건물관리인측이 화재예방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당국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마디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예고된 참사란 얘기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충북도내 다중이용시설 중 매년 15곳이 화재안전관리기준을 어겨 처벌을 받았다. 이번과 같은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화재진압을 빨리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신속한 구조를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부상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사망자 신원확인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원인과 책임자를 분명히 가려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사설] 제천 화재 참사서 또 확인된 안전불감증
입력 2017-12-22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