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왜 컸나
의정부 참사 건물과 같은
드라이비트 외장재 사용
“2층 비상구가 장애물로
막혀 있었다” 증언 나와
건물 아래서 불길 치솟아
탈출 어렵게 하기도
충북 제천 두손 스포리움에서 21일 발생한 화재는 짧은 시간에 많은 희생자를 냈다. 건물 내외장재에 가연성 소재가 많이 사용돼 불길과 유독가스가 빠른 속도로 번졌고 진입로 주변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의 진입이 늦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나와 헬스장을 이용 중인 사람이 많았던 데다 건물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주출입구로 번지면서 대피가 어려웠던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재가 난 건물은 외벽에 드라이비트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드라이비트는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댄 마감재로 단열성이 뛰어나고 값이 싼 데다 시공도 편리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를 사용한 외벽에 불이 붙으면 급격히 상부층으로 불이 번진다. 2015년 13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경기도 의정부 도시생활주택의 외장재로 사용돼 피해를 키웠던 바로 그 소재다. 2016년 4월부터 건축법이 강화돼 사용이 금지됐지만 과거 사용된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건물에도 남아 있었다.
사우나와 헬스클럽의 특성상 내부에도 옷장 등 가연성 소재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외장재가 모두 가연성 소재여서 불길이 빨리 번진 데다 유독가스까지 대량으로 발생시켰다. 사망자 중 상당수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은 이 때문이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2∼3층에 사우나, 4∼7층에 헬스장, 8층에는 음식점이 있었다. 다중이용시설이어서 불이 나기 시작한 오후 3시53분쯤에는 내부에 적잖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2층 여성 사우나의 경우 불길이 가장 먼저 번진 데다 비좁은 주출입구가 화재로 막혀 대피가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 사우나를 종종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목욕탕 입구가 좁았다”며 “연기가 많이 나고 경황이 없어 탈출구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출입구 외에 화재 등 비상시 대피용도로 마련된 비상구가 장애물로 막혀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시민은 “비상구에 목욕 바구니를 놓는 선반이 놓여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불길은 제일 먼저 주차장 바로 위 2층에 있던 여자 사우나를 덮쳤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3층 이상에 있던 사람들은 주출입구와 계단이 불길로 막혀 아래로 탈출이 불가능해지자 옥상이나 창문 등으로 대피해야 했다.
소방차는 화재 신고 후 7분 만에 도착했으나 도로변 주차차량들로 인해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굴절 사다리차가 추위에 고장 나 사다리를 빨리 올리지 못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가 난 건물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현장 접근이 지체됐다”며 “소방차 진입에 필요한 7∼8m의 도로폭도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천=허경구 손재호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가연성 내외장재… 유독가스 내뿜었다
입력 2017-12-22 00:38 수정 2017-12-22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