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순식간 사우나 덮친 화마 29명 참변

입력 2017-12-22 09:47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 ‘두손 스포리움’에서 불이 나 유독가스가 자욱한 가운데 한 시민이 불길을 피해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리스로 뛰어 내리고 있다. YTN 캡처
이번엔 제천 스포츠센터 큰불

1층 주차장 차량서 처음 시작

女사우나에서만 20명 사망

목격자 “용접작업하다 불 붙어”

값싼 드라이비트 불쏘시개로

주차 차량 막혀 현장접근 지연

사다리차 작동 안해 발만 동동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8층짜리 ‘두손 스포리움’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2층 목욕탕에 있던 김모(50·여)씨 등 29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대부분인 20명은 2층 여성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나머지 사망자들은 6층과 7층, 6∼7층 사이 계단 등에서 발견됐다.

이날 오후 10시30분 현재 부상자는 29명으로 집계됐지만 추가 사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사우나와 헬스장, 골프연습장,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들 중 일부는 연기를 흡입해 호흡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찰과상을 입었고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은 해당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돼 필로티 구조의 건물 중앙통로를 타고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로 번졌다. 화재를 신고한 목격자는 “필로티 구조의 1층 주차장에서 용접작업 도중 천장에 불이 붙었고 불똥이 아래로 떨어져 주차된 차량으로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40여대의 화재 진압 차량과 구급차, 2대의 헬기 등을 출동시켜 진화에 나섰지만 화염이 거센데다 많은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해 피해가 커졌다. 화재가 난 건물의 외벽이 불에 취약한 단열재인 드라이비트로 마감돼 불이 급격히 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당국이 외부 진화작업을 벌이는 도중에도 건물 내부에서 폭발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설 이용객 20여명은 옥상으로 대피해 사다리차와 헬기 등으로 구조됐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서 출동 초반 소방차의 현장 접근에 다소 시간이 걸렸고 출동 직후엔 사다리차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구조가 늦어지기도 했다. 구조자 중 일부는 건물 난간 등에 매달려 있다가 에어매트로 떨어져내려 구조됐다.

정부는 소방청에 설치된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제천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수습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신속한 화재 진압과 구조를 통해 인명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