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아내가 사우나에 갇혀… 구해달라” 절규

입력 2017-12-21 22:54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사다리를 이용해 인명피해가 집중된 2층 여성 사우나로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구조자 증언·시민 반응

“펑펑 터지는 소리 나면서
불길이 거세게 일었다”

옥상 대피자는 헬기로 탈출
민간 사다리차 3명 구조도


불타는 건물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건물 안에 가족들을 남겨둔 시민들은 절규했다. 외벽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민간 청소업체의 사다리차에 구조되기도 했다.

21일 오후 3시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가 강렬한 화염에 휩싸였다. 유리창이 터져나오며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건물 바로 앞에서 화재를 지켜 본 김미옥씨도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불길이 거세게 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변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시민들이 몰려들어 아우성을 쳤다. 건물 앞에 다가선 한 남성은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며 “어서 구해 달라”고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소방차 20여대와 소방대원 50여명, 헬기 2대가 현장에 도착해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불길을 잡았다.

이 건물 2층에는 여성 사우나실이 있었다. 대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다. 1층에서 강한 불길이 치솟으면서 2층에 있던 이용자들은 탈출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보다 위층에 있던 사람들은 옥상이나 비상구를 통해 탈출했다. 화재 당시 건물 4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탈출한 시민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성 사우나에서)남성분들끼리만 내려온 게 보이고, 여성분들은 내려온 걸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4층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바깥쪽에서부터 연기가 들어오고 화재경보벨이 울렸다”며 “3층이 남성 사우나고 2층은 여성 사우나라서 바로 3층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안내를 받아 1층까지 비상구를 통해서 바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119구조대가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있었다.

외벽청소 일을 하는 이양섭(54)씨는 회사 사다리차를 몰고 와 8층 베란다 난간에 대피해 있던 3명을 구조했다. 이씨가 이들을 구한 시간은 오후 5시쯤이었다. 1시간 가까이 외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시민이 유리벽을 닦는 사다리차로 구출되자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씨는 “멀리서 연기를 보고 큰불이라고 생각해 서둘러 왔다”며 “연기 속에서 감으로 사다리를 붙였고, 사람들이 탑승한 것을 확인하고 내려 사다리가 4층쯤 내려왔을 때 새까맣게 된 얼굴 3명을 확인하고서야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고 말했다.

평소 해당 건물의 헬스장을 자주 이용해왔던 김병학씨도 이번 화재를 목격했다. 김씨는 “해당 건물이 1층은 주차장, 2∼3층은 목욕탕이라 아래쪽에서 불이 나면 그쪽으로 탈출할 여건이 안 된다”며 “목욕탕을 이용할 때마다 그런 부분이 항상 불안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건물을 가리키며 “살려 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화재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저쪽부터 먼저 꺼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불은 건물 8층에 있는 레스토랑까지 치솟았다. 2∼3층에는 목욕탕, 4∼7층에는 헬스클럽이 있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글=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