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제출 시간 하루뿐… 입법예고 졸속 강행

입력 2017-12-22 00:00

정부가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는 종교인 과세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 입법예고를 21일 강행했다.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제출 기한은 이날 하루로 못 박아 ‘졸속 강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개별로 지급한 소득명세를 연 1회 세무서에 제출하며 비과세 대상인 종교활동 금액도 함께 제출토록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이날 재입법 예고했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교활동비는 개인 생활비가 아닌 자선과 사회적 약자 구제 및 교리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된다”며 “비과세는 유지하되 신고 등 납세협력 의무는 일반 납세자와 유사한 수준이 되도록 지급액을 신고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22일 차관회의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공포된다. 이날 오전 11시 재입법을 예고하며 개정안에 대한 의견제출 기한을 이날 하루만으로 제한했다. 교계가 개정안 취지를 숙고하고 의견을 제시할 시간을 갖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22일 차관회의를 열어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등 한기총 관계자 20여명은 이날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여 종교인 과세 개정안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했다. 한기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를 대표해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는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 관계자는 “종교활동비 신고는 그동안 교계가 한결같이 반대해 온 사안”이라며 “종교활동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종교단체의 상세한 활동 내용을 정부가 추적·감시하게 될 것이고 이는 정교분리 원칙을 짓밟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도 입장문을 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입장문은 “참선과 기도, 염불을 위해 사찰에서 지원하는 수행지원 관련 비용은 소득과 종교활동이 아닌 그 자체가 승단을 유지하는 기본 목적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단과 출가수행자에 대한 편협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교계와의 신뢰를 저버리고 종교인 과세 시행에 혼란을 자초한 문재인 정부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6개월에 걸친 교계와 정부의 협의는 내년 과세 시행을 10여일 앞두고 급격히 틀어지고 말았다.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이 “일반 납세자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소한의 보완 지시를 내려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한편 기재부는 내년 2월부터 납세절차 불편 및 세무조사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종교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