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직통방송 실험 ‘청쓸신잡’… 쓸데없다? 신비롭다?

입력 2017-12-22 05:00
뉴시스
청원 답변 ‘친절한 청와대’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이어
예능 본뜬 ‘청쓸신잡’까지

전통적 홍보방식에서 탈피
시대적 흐름 반영 긍정 평가

지지층만을 겨냥한
관영방송으로 전락 우려
집권 후반기까지 지속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직통 방송’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바탕으로 직접 방송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부정기 동영상 ‘친절한 청와대’, 매일 아침뉴스 격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11시50분)에 더해 유명 TV 예능프로그램을 본뜬 ‘청쓸신잡’(청와대에 대한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예능 방송도 시작했다.

청와대의 실험은 국민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지지층만을 겨냥한 청와대발(發) 관영방송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지난 6월 9일 ‘국민과 함께한 문재인 정부 30일’ 동영상을 시작으로 자체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했다. 부정기 코너인 친절한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11시50분이 속속 선보였다. 최근 1화가 방송된 ‘청쓸신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과 박수현 대변인,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이 등장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뒷얘기 등을 풀어놓았다. 사회는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맡았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뉴미디어 확대 로드맵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와 다음 등 양대 포털사이트의 이사진이었던 윤 수석과 정 비서관이 영입된 것도 이런 측면이 있다.

청와대는 방송 활성화를 위해 각 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캐스팅’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김현미 국토교통부·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미 출연했다. 청와대에선 조국 민정수석과 홍장표 경제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등이 출연했다.

청와대의 실험은 촛불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국민의 정치참여 확대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됐던 언론 개혁의 연장선상이자,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전통적인 홍보방식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지층만을 겨냥한 청와대발 관영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집권 후반기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집권 초에 한정된 이벤트성 방송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직통 방송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취합해 청와대의 입장을 설명하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21일 “청와대 방송이 지지층에서만 주로 소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처럼 다양한 시청자들이 문의하고 청와대가 답변할 수 있는 양방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끌어올릴 수 있는 언론 보완재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청자의 피드백은 정기 콘텐츠의 경우 대체로 하락세다. 11시50분의 경우 첫 방송된 11월 3일 페이스북 조회수 1만9000회, ‘좋아요’ 1439회, 공유 200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방송 만 하루가 지난 20일의 경우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등 1만회 안팎의 조회수에 그치고 있다. 청쓸신잡은 3만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부정기 콘텐츠는 문 대통령의 등장 여부가 ‘시청률’을 갈랐다.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참석 당시 문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 함께 담장 앞으로 걸어가 창살 사이로 교민들과 악수하는 장면은 조회수만 100만회를 넘어섰다. 조 수석이 발표했던 국민청원 낙태죄 폐지, 조두순 출소금지 답변은 각각 13만회와 5만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