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얇은 지갑 더 얇아져… 빈부격차 더 커졌다

입력 2017-12-21 19:00 수정 2017-12-22 01:11

3대 소득분배지표 모두 악화
저소득 가구 근로소득 5%↓
청년층 부채 1년 새 42% 급증

소득 불평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3대 소득분배지표가 모두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저소득층은 일자리 감소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30세 미만 청년들은 금융 부채가 1년 만에 약 42% 급증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21일 발표했다. 지난해 가구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지니계수는 0.357로 2015년보다 0.003 증가했다. 대표적 소득분배지표인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표된 지니계수는 국세청 과세자료 등을 반영해 보완한 것이다. 옛 지니계수는 고소득층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바뀐 지니계수는 2015년에 0.354, 2016년에 0.357로 기존에 공개한 지니계수보다 높아졌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소득 불평등이 심한 국가가 된다.

소득5분위배율도 지난해 7.06배로 2015년(7.01배)보다 악화됐다.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소득이 7.06배 많다는 뜻이다. 상대적 빈곤율도 17.9%로 0.1% 포인트 증가했다. 한국 인구를 연소득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중위소득)과 비교해 절반도 못 버는 사람의 비율이 17.9%나 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의 평균 소득은 연 919만원으로 전년보다 3.1% 늘었다. 5분위(상위 20%)는 3.3% 증가한 연 1억1519만원으로 증가폭이 더 컸다. 특히 1분위는 임시·일용직 감소 등으로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5.1%나 줄었다. 5분위의 근로소득이 4.1% 오른 것과 대비된다. 중산층인 2∼4분위 가구소득은 1.9∼2.1%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국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2.6% 늘어난 5010만원이었다. 처음 5000만원을 넘었지만 전체 가구의 60%(1∼3분위)는 소득이 5000만원을 밑돌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소득 증가세가 전체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금융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30세 미만의 평균 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2385만원으로 1년 만에 41.9% 늘었다.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4.5%)의 약 9.3배다.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학자금·주거비 부담은 가중된 탓이다. 부동산 투자에 20대 청년들이 뛰어든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층 대출액 중 부동산 등 담보대출은 약 58%(1384만원)를 차지한다. 가구 평균 부채는 4.5% 늘어난 7022만원이었다.

금융자산, 부채, 부동산 등을 포함한 가구 평균 자산은 지난 3월 기준 3억8164만원이었다. 지난해보다 4.2% 늘었다. 소득 5분위는 전체 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44.1%를 차지하고 있다. 취약계층인 1분위는 6.8%에 그쳤다.

은퇴 가구의 노후 대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은퇴 가구 39.9%는 생활비가 부족하고 22.4%는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절반 이상 가구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구주(主)들은 자신들이 66.8세에 은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 은퇴는 62.1세에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