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소녀의 500원이 ‘땡그랑’… 바닥 보이던 냄비 가득 울려

입력 2017-12-22 00:00
김동우 국민일보 기자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서 핸드벨을 흔들며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른쪽은 서정호 국민일보 사목실 전도사. 강민석 선임기자

“사랑을 나눕시다.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앞.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을 위한 일일체험에 나선 기자는 핸드벨을 흔들며 모금에 동참해 달라고 행인들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기자와 눈을 마주친 행인들은 미안한 듯 시선을 피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교회 22개 주요 교단과 국민일보, CBS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나부터 이웃사랑’ 캠페인을 지난 11일부터 이어오고 있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오전에 비해 자선냄비를 찾는 발걸음이 뚝 끊기는 것 같았다. 초등학생들과 외국인, 할아버지 등이 “안녕하세요” “수고합니다” 하며 인사를 건넬 뿐, 선뜻 모금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중년 남성 둘과 중년 여성, 20대 여성 등이 냄비에 지폐를 넣고 사라졌다.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는 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따뜻한 미소를 짓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끄러운 듯 재빨리 돈을 넣고 바삐 지나가는 이도 있었다. 시민 김모(28·여)씨는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고 가다 구세군 종소리를 듣고 찾아왔다”며 “연말 추운 날씨 속에 힘들어할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적은 돈을 넣었다”고 말했다.

함께 핸드벨을 흔들던 서정호 국민일보 사목실 전도사는 “생각보다 성금 참여자가 많지 않아 1시간이 좀 길게 느껴졌다”며 “자선냄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핸드벨을 흔든 지 1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지하철역에서 어머니 손을 잡고 걸어 올라오던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구세군 냄비를 빤히 쳐다봤다. 어머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망설임 없이 분홍색 지갑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 자선냄비 안에 넣었다. 바닥이 보이던 냄비 안에서 ‘땡그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세군 임효민 홍보사관은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의 목적은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떠는 이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며, 갈급한 영혼에 구원의 손길을 전하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사랑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며, 올해 목표액은 140억원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