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땅콩회항’사건 선고
1심은 ‘지상도 항로’ 판단
항로변경죄 유죄 인정
항소심선 1심 판결 뒤집어
대법원도 항소심 손 들어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조현아(43)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2014년 12월 5일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만이다. 대한민국 재벌 일가(一家)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사법 절차가 종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부사장이 사건 당일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폭행을 휘두른 혐의는 1, 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올라간 이유는 항로(航路)의 정의 때문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 탑승게이트에서 활주로를 향해 22초간 17m 이동한 대한항공 항공기를 다시 탑승게이트로 이동(램프 리턴)시켰다. 검찰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시켰다”며 항공보안법 42조 위반(항로변경죄) 혐의를 적용했다.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 무거운 혐의다.
하급심은 항로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헤이그협약, 몬트리올협약 등 각종 국제 협약까지 검토했다. 항로가 하늘 길만 해당하는 것인지 지상(地上)에서 이동한 경로까지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항공기의 지상 이동 경로도 항로로 봐야 한다”며 항로변경죄를 유죄로 인정,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하늘 길 외에 지상 경로까지 항로에 포함시키는 건 지나친 확장 해석”이라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년6개월의 심리 끝에 “항소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률이나 항공기 운항 실무 등에서 항로가 하늘 길이란 의미를 벗어나 사용된 사례가 없다”며 “통상의 말뜻을 벗어나 지상에서 다니는 길까지 항로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보영 조희대 박상옥 대법관은 “비행기는 배와 달리 이착륙 전에 당연히 지상을 지날 수밖에 없으므로 항로의 뜻을 확대 해석해도 문제가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처벌 필요성이 크더라도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사건으로 143일간 수감생활을 했다. 피해자 박 사무장은 지난달 “업무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 등을 상대로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항로는 하늘길 의미”… 조현아 집유 확정
입력 2017-12-21 1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