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대 내 성폭력 범죄 처벌 수위 높여야

입력 2017-12-21 17:30 수정 2017-12-21 23:48
국가인권위원회가 21일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사법처리 및 징계 실태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군사법원에서 선고된 여군 대상 성폭력 사건 173건 가운데 10.34%가 경미한 범죄에나 적용되는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일반법원의 1심 판결 선고유예비율(1.36%)의 7배가 넘는다. 군형법이 아닌 일반형법을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한 경우, 일부러 사건을 질질 끌어 피해 여군이 지쳐 재판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자체 징계 수위도 미흡했다. 신분을 박탈하는 파면, 해임 등 배제징계는 273건 중 20건(7.3%)에 그쳤다. 징계위원회가 아예 열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져 온 게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이다. 군대에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여군들은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혼자 가슴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설문조사에서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답한 여군이 54.1%나 됐는데도 피해자 가운데 61.9%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응해도 소용없다’ ‘여러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싫었다’ ‘장기복무 선발 등 인사에 악영향을 줄까봐’ 등의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문화를 감안할 때 성범죄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특히 피해자의 80%가 하사인 것을 보면 상관이 장기복무심사를 빌미로 부하 부사관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군대 내 성범죄는 군의 사기를 갉아먹는데다 인권 차원에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통해 성 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엄정한 처벌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부사관 복무연장·장기복무 심사와 관련된 상관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인권위의 권고대로 가중처벌할 필요가 있다. 군 사법체계와 징계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군 검찰과 군 법원 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성폭력 담당 재판부 구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소가 제기되면 즉각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징계위원회에 외부위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도 국방부는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