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404만주 추가 매각해야… ‘성공한 로비’에 철퇴

입력 2017-12-21 18:59 수정 2017-12-22 00:21

공정위, 제일모직 합병 건 재심의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 변경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을 재심의해 삼성물산 404만주를 추가 매각하라고 결정했다(국민일보 12월 13일자 1·2면 보도). 이를 위해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가이드라인’도 변경했다.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을 법적 구속력 있는 예규로 바꾸는 내년 초쯤 삼성에 유권해석 결과를 통지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전원위원회를 2차례 열어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변경 안을 심의,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순환출자란 A기업을 소유한 총수일가가 계열출자를 통해 B기업과 C기업까지 지배하는 구조다.

변경 안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 취지에 맞춰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 합병과 달리 고리 바깥에 있는 법인을 중심으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고 재해석했다. 법에 따라 신규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적용하면 삼성SDI는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2.1%)를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서 당시 부당한 외압으로 삼성물산 주식 매각규모가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삼성 로비’로 줄어든 400만주를 원상 복귀시키는 셈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2∼3월쯤 예규가 확정되면 그때로부터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삼성이 이를 받아들이면 매각 시한은 내년 8∼9월까지로 예상된다. 유예기간이 끝나도 팔지 않으면 주식처분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처분명령이 내려지면 주식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다. 삼성 관계자는 “예규가 확정되면 법률 검토를 한 뒤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