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프로배구 인기에 찬물 끼얹는 오심

입력 2017-12-22 05:00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왼쪽)이 지난 19일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이광훈 부심에게 판정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KOVO 제공

KB손보·한전 승패 가른 오심
국민청원까지 오르며 파장 일자
배구연맹, 주심 등 역대 최고 징계
팬들 재경기 요청은 안 받아들여

지난 19일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발생한 오심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분노한 팬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재경기를 청원했으며 한국배구연맹(KOVO)은 해당 경기 주·부심과 경기운영위원들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KOVO는 21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그날 경기를 맡은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를,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에게 무기한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운영위원장과 심판위원장에 대해서도 관리의 책임을 물어 서면 경고 조치를 취했다. 조영호 KOVO 상벌위원장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KOVO 역사상 최고의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오심 상황은 이렇다. 당시 20-20으로 팽팽하게 맞서 있던 3세트에서 한국전력 센터 이재목이 상대의 리시브가 넘어오자 두 손으로 공을 밀어 넘겼고, KB손해보험의 양준식은 블로킹을 위해 뛰어올랐다. 공은 한국전력 쪽으로 떨어졌다. 주심은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을 선언했는데 한국전력의 비디오 판독 요청 후 양준식의 네트 터치로 판정이 뒤바뀌었다. 캐치볼이었는데 오심 판정을 내린 것이다. 여기에 권순찬 KB손보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다 두 차례 경고를 받으면서 한국전력이 또 1점을 가져갔다. 결국 21-20로 앞서야 하는 KB손해보험이 20-22로 뒤진 것이다. 이뿐 아니라 4세트에서도 KB손해보험에 불리한 오심이 있었다. KB손해보험은 이날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1대 3으로 패했다.

격앙된 팬들도 무력시위에 나섰다. 한 팬은 지난 20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남자프로배구 재경기 요구합니다’를 청원했고 이날 오후 11시 현재 535명이 동참했다. 이에 대해 KOVO는 중징계 외에 재경기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심 재발을 막기 위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KOVO의 징계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프로배구는 세계 배구 역사상 최초로 2007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몇몇 심판은 비디오 판독이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비디오 판독이 아니라 오심을 바로잡지 않는 아집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