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의 제3지대 정당 추진해볼 만하다

입력 2017-12-21 17:30 수정 2017-12-21 23:48
국민의당은 2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반을 묻는 전(全) 당원 투표 안건을 통과시켰다. 전 당원 투표는 정치 생명까지 건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다. 안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당원의 뜻이 반대로 나타나면 대표직은 물론 그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선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하라”며 호남 반대파와의 결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통합에 우호적인 일반 당원들의 당심을 지렛대 삼아 반대파의 반발을 일거에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발 정계개편의 서막이 올랐다.

안 대표의 승부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고육책에 가깝다. 자신이 만든 국민의당 지지율은 4%대로 창당 이래 최악이다. 정당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텃밭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급격히 밀리고 있다. 호남 정당이라는 인식 탓에 영남은 고사하고 수도권으로의 외연 확장은 성과가 없다. 내부 구성원들의 구태 정치만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통합 논쟁이 더 길어지면 이탈 움직임 확산으로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다. 중도를 매개로 한 바른정당과의 통합만이 유일한 생존 대안으로 남은 구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안 대표의 뜻대로 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전 당원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거론하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잠재워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자칫 전당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질 경우 통합은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 39석과 바른정당 11석이 온전하게 합쳐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마이너스 통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세를 불리기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돌파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중도 세력이 제 역할을 한다면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결합된 제3의 길을 바라는 국민들은 상당하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드러났듯 지역이 아닌 민생을 중심에 놓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중도 실용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 있다. 그러기에 안 대표는 통합에 앞서 이념 프레임을 앞세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심의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노선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지방선거용 정치공학적 결합이 아닌 새로운 공통의 가치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명분도 서고 통합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지역을 기반한 구태 정치와 결별하고 진정한 통합의 길을 여는 중도 세력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