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하루 물값 1억6천만원 쓴다… 영남 겨울가뭄 심각

입력 2017-12-22 05:03
역대 최악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는 경북 청도군 운문댐의 모습. 대구시는 식수원인 운문댐 가뭄에 대비해 ‘금호강 비상 공급시설’을 만들고 있다. 운문댐사무소 제공

울산 강수량 작년 38% 수준
낙동강 물 사들여 식수 공급
올 250억원대 물값 물쓰듯
반구대암각화 보존 위해
사연댐 물 빼기도 한 원인

경남북·대구도 ‘대동소이’


울산과 경남·북 등 영남권 곳곳이 가뭄으로 인해 농업용수와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울산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따른 식수원 수위조절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올 한해 낙동강 원수를 식수로 구매하는데 수백억원의 혈세가 지출됐다.

21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울주군 범서읍 사연댐은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보일 정도로 메말라 취수가 완전 중단됐다. 1962년 댐 완공 후 처음이다.

올해 울산지역에는 총 658.7㎜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강수량(1693.3㎜)과 비교했을 때 38%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산지역 내 주요 저수지 87곳의 평균 저수율은 50.8%로 지난해(91.6%)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다.

시는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하루 40만t에 이르는 식수 전량을 낙동강 원수에 의존하고 있다. 식수로 낙동강 물을 취수하고 정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하루 1억6000만원에 달한다. 돈을 주고 사먹는 낙동강 물값이 올해만 250억원대다.

울산시상수도본부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식수댐(사연댐)의 수위 조절도 물 부족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수위 조절을 위해 그냥 흘려보낸 물의 양만 1451만9000t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내년에도 가뭄이 이어지고 문화재청이 수위조절을 요구할 경우 올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실 울산시의 식수 확보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갈수기가 시작되면서 원수 취수지역인 낙동강 하류의 수질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 부족현상은 경남과 대구, 경북 등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내 저수율은 현재 59.3%로 전년(84.4%)보다 훨씬 낮다. 남강댐(33.1%)과 합천댐(37.4%), 밀양댐(30.0%) 등 다목적댐의 저수율도 심각하다.

경북지역 역시 올해 강수량이 지난해의 60% 정도에 그치면서 주요 댐 저수율은 40% 내외로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구 일부와 경북(영천·경산·청도)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인 청도군 운문댐은 역대 최악의 저수율인 12.6%다. 최악의 가뭄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구시는 운문댐 물을 원수로 쓰는 고산정수장의 수돗물 생산량을 5차례나 줄여야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12월 가뭄 예·경보’ 발표를 통해 앞으로 3개월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겨울 내내 영남권의 물 부족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울산·대구=조원일 최일영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