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전문가들에 물었다… 당신이 꼽은 올 최고 명반은?

입력 2017-12-22 05:00
가요계 전문가들이 올해 탁월한 성취를 보여줬다고 평가한 앨범들의 커버 이미지. ①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의 '가물거리는 세상' ② 오프온오프의 '보이.(boy.)' ③ 혁오의 '23' ④ 새소년의 '여름깃' ⑤ 검정치마의 '팀 베이비(TEAM BABY)'. 각 소속사 제공

“당신이 꼽는 올해 최고의 음반, 혹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반은 어떤 앨범이었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2017년의 ‘숨은 명반’을 꼽아주셔도 무방하다.”

최근 음악평론가나 라디오 PD 등 가요계 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올해 대중적으로 대단한 성적을 거두진 못했더라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군 뮤지션이 누구였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명반 중에는 대중들이 잘 모를 만한 인물도 많았다.

김광현 월간 ‘재즈피플’ 편집장이 추켜세운 앨범은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이 지난 5월 발매한 ‘가물거리는 세상’이었다. 7인조인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을 설명하려면 일단 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영도를 소개해야 한다. 서영도는 가수 이문세 이소라 박정현 등 정상급 가수들 음반에 참여한 국내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다. 음반은 2013년 발표한 ‘뉴 비기닝(New Begining)’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보였다. 김 편집장은 “재즈와 일반적인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보여준 명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굉장히 멋진 음악들을 들려줬다”면서 “백현진 조정희 등의 뮤지션과 호흡을 맞춘 곡들이 특히 그랬다”고 말했다.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신예 오프온오프가 지난 7월 내놓은 1집 앨범 ‘보이.(boy.)’를 추천했다. 오프온오프는 1994년생 동갑내기 친구로 구성된 듀오다. 지난해 완성도 높은 싱글음반 2장을 발표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첫 정규 앨범에는 총 12곡이 담겼다. 타블로 딘 펀치넬로 등 앨범에 목소리를 보탠 ‘피처링 군단’의 면면도 화려했다.

김 평론가는 이 음반을 선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 발라드의 천편일률에 질렸거나 복면가왕의 모든 과잉에 지쳤다면, 이 앨범의 담백함과 세련미로 잠시 영혼을 정화하자. 한국 알앤비(R&B) 음악의 최전선이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가 선정한 앨범은 밴드 혁오의 음반 ‘23’이었다. 그는 지난 4월 발매된 이 앨범에 대해 “수록곡 12곡이 대부분 좋았다”며 “노래 하나하나가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어 “혁오는 젊음을 통과하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랫말과 좋은 멜로디를 통해 표현해냈다”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밴드”라고 했다.

그는 타이틀곡 ‘톰보이(TOMBOY)’를 언급했다. 젊음의 정서를 잘 표현했다는 게 이유였는데, 이런 가사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난 지금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폭풍 전 바다는 늘 고요하니까/…/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

김홍범 KBS 라디오 PD 역시 “완성도로 따지면 혁오의 음반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추천한 앨범은 따로 있었다. 3인조 밴드 새소년이 지난 10월 발매한 첫 미니음반 ‘여름깃’이었다. 새소년은 탄탄한 실력 덕분에 데뷔 전부터 음악팬들 사이에서는 화제가 된 팀이다. 앨범엔 총 6곡이 실렸다. 김 PD는 “올해 가장 신선한 데뷔 앨범이었다”며 “뻔한 음악에 지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음반을 꼭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경준 음악평론가가 꼽은 2017년의 명반은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가 지난 5월 발표한 ‘팀 베이비(TEAM BABY)’였다. 그는 “개인적인 테마들을 엮었는데도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앨범이었다”며 “특히 1번 트랙 ‘난 아니에요’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