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들도 3점슛 전쟁… NBA·KBL ‘양궁농구’ 시대

입력 2017-12-22 05:00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의 센터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오른쪽)가 지난달 21일 LA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외곽슛을 던지고 있다(왼쪽 사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오른쪽)가 새크라멘토 킹스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마크를 피해 3점슛을 던지고 있다(오른쪽 사진).AP뉴시스
포르징기스 등 2m 장신들도 가세
NBA 팀 경기당 28.8개 역대 최고

국내도 수비 룰 바뀌며 3점슛 각광
팀 경기당 21.47개 중 7.21개 성공

“우리가 다음에 보게 될 것은, 5명 모두가 라인 뒤로 물러나 3점슛을 던지는 장면일 겁니다.” 미국프로농구(NBA) 700승을 자랑하는 릭 칼라일 감독(댈러스 매버릭스)은 최근 NBA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NBA에서는 단신 슈터뿐 아니라 장신 선수들도 3점슛을 활발하게 던진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뉴욕 닉스), 드마커스 커즌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 2m가 넘는 센터들이 손가락 3개를 치켜세우고 3점슛을 자축하는 장면이 생경하지 않다.

NBA는 이러한 변화를 ‘3점슛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시즌의 3분의 1가량이 진행된 21일(한국시간) 현재 NBA 각 팀은 경기당 28.8개의 3점슛을 던져 10.5개를 성공시키고 있다. 시도 회수나 성공 숫자가 모두 NBA 역사상 최대치다. 전체 공격 가운데 3점슛을 시도하는 비중도 33.8%로 역대 최대다. 3번 슛을 던지면 1번은 3점슛이라는 얘기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안양 KGC는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무려 31개 던져 13개 성공시켰다. 올 시즌 각 팀은 경기당 21.47개의 3점슛을 던져 7.21개를 성공시키고 있다. 3점슛 라인까지의 거리가 6.25m에서 현재의 6.75m로 늘어난 2009-2010 시즌에는 17.7개 시도에 6.1개 성공 수준이었다.

먼 거리에서 활발히 슛을 던지는 ‘양궁농구’가 세계적인 대세로 굳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KBL 관계자는 “수비 트렌드가 ‘지역방어’로 바뀐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인 방어만을 허용하고 지역방어를 금지했던 과거에는 일대일 공격을 잘 해서 림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중거리 야투 확률을 높이는 것이 승리 공식이었다.

하지만 KBL에서 2012-13 시즌 ‘수비자 3초룰(수비자가 페인트 존에서 3초 이상 머무르는 것을 금지)’이 폐지되자 코너 지역에서 3점슛을 던지는 것이 유용한 전술로 자리잡았다. 키가 큰 선수가 상시적으로 골밑 수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골밑 가까이 파고드는 공격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지역방어가 허용된 NBA에서도 3점슛의 가치가 재발견된 지 오래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을 앞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외곽슛도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는 아예 공격 시 5명 중 4명이 3점슛 라인 밖에 서는 전술을 편다.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도 올 시즌 슛폼을 바꾸고 3점슛을 자주 던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감독들은 ‘얼리 오펜스(공격제한시간 24초 중 8초가 흐르기 전 슛 선택)’ 상황에서도 과감한 3점슛을 주문하고 있다. 수비수들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면 3점슛에 실패하더라도 공격 리바운드를 따낼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다.

올 시즌 100번 이상 3점슛을 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공률은 서울 삼성의 김동욱(49.55%)이 기록하고 있다. 원주 DB의 두경민(42.75%)이 그 뒤를 따른다. 고된 수비 끝에 얻어낸 공격권을 도맡아 쓰는 3점 슈터들은 팀에서 존경을 받는 선수들이라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