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징기스 등 2m 장신들도 가세
NBA 팀 경기당 28.8개 역대 최고
국내도 수비 룰 바뀌며 3점슛 각광
팀 경기당 21.47개 중 7.21개 성공
“우리가 다음에 보게 될 것은, 5명 모두가 라인 뒤로 물러나 3점슛을 던지는 장면일 겁니다.” 미국프로농구(NBA) 700승을 자랑하는 릭 칼라일 감독(댈러스 매버릭스)은 최근 NBA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NBA에서는 단신 슈터뿐 아니라 장신 선수들도 3점슛을 활발하게 던진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뉴욕 닉스), 드마커스 커즌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 2m가 넘는 센터들이 손가락 3개를 치켜세우고 3점슛을 자축하는 장면이 생경하지 않다.
NBA는 이러한 변화를 ‘3점슛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시즌의 3분의 1가량이 진행된 21일(한국시간) 현재 NBA 각 팀은 경기당 28.8개의 3점슛을 던져 10.5개를 성공시키고 있다. 시도 회수나 성공 숫자가 모두 NBA 역사상 최대치다. 전체 공격 가운데 3점슛을 시도하는 비중도 33.8%로 역대 최대다. 3번 슛을 던지면 1번은 3점슛이라는 얘기다.
한국프로농구(KBL)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안양 KGC는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3점슛을 무려 31개 던져 13개 성공시켰다. 올 시즌 각 팀은 경기당 21.47개의 3점슛을 던져 7.21개를 성공시키고 있다. 3점슛 라인까지의 거리가 6.25m에서 현재의 6.75m로 늘어난 2009-2010 시즌에는 17.7개 시도에 6.1개 성공 수준이었다.
먼 거리에서 활발히 슛을 던지는 ‘양궁농구’가 세계적인 대세로 굳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KBL 관계자는 “수비 트렌드가 ‘지역방어’로 바뀐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인 방어만을 허용하고 지역방어를 금지했던 과거에는 일대일 공격을 잘 해서 림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중거리 야투 확률을 높이는 것이 승리 공식이었다.
하지만 KBL에서 2012-13 시즌 ‘수비자 3초룰(수비자가 페인트 존에서 3초 이상 머무르는 것을 금지)’이 폐지되자 코너 지역에서 3점슛을 던지는 것이 유용한 전술로 자리잡았다. 키가 큰 선수가 상시적으로 골밑 수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골밑 가까이 파고드는 공격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지역방어가 허용된 NBA에서도 3점슛의 가치가 재발견된 지 오래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을 앞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외곽슛도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는 아예 공격 시 5명 중 4명이 3점슛 라인 밖에 서는 전술을 편다.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도 올 시즌 슛폼을 바꾸고 3점슛을 자주 던진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감독들은 ‘얼리 오펜스(공격제한시간 24초 중 8초가 흐르기 전 슛 선택)’ 상황에서도 과감한 3점슛을 주문하고 있다. 수비수들이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면 3점슛에 실패하더라도 공격 리바운드를 따낼 확률이 높다는 계산이다.
올 시즌 100번 이상 3점슛을 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공률은 서울 삼성의 김동욱(49.55%)이 기록하고 있다. 원주 DB의 두경민(42.75%)이 그 뒤를 따른다. 고된 수비 끝에 얻어낸 공격권을 도맡아 쓰는 3점 슈터들은 팀에서 존경을 받는 선수들이라 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장대들도 3점슛 전쟁… NBA·KBL ‘양궁농구’ 시대
입력 2017-12-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