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활동비에 대한 세무신고 의무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종교인 과세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의 종교활동비 특혜 시비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난 12일 재검토 지시로 인해 다른 납세자와의 조세 형평을 고려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교계는 향후 종교활동비에 대한 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주요 교계 인사들과 비공식 협의회를 통해 지난 18일(국민일보 12월 19일자 29면 참조)에 이어 종교인 과세안 수정을 재차 통보했다. 종교인 통장에 포함된 종교활동비는 향후 종합소득을 신고할 때 비과세 항목란에 전체 액수를 별도로 표기하라는 게 수정안의 골자다.
교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 관계자는 20일 “종교인 통장에 포함된 종교활동비 관련 내역이 과세 당국에 지속적으로 쌓일 경우 세무조사 요구가 다시 나올 수 있다”며 “종교의 고유한 영역인 종교활동에 대해 세무조사 여지를 열어놓은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한 세무사는 “종교활동비 신고 내역이 장기간 쌓이면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유용한 정보가 된다”며 “당장 과세하지 않아도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종교인들은 갑작스러운 개정안 수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교회 교단장회의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와 교계가 겨우 합의하고 국회 논의까지 거친 내용을 시행 며칠 전에 갑자기 바꿔 종교인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석규 세무사는 “결국 종교인이 개인 생활비와 종교활동비가 들어 있는 카드를 별도로 써야 한다는 말”이라며 “수정안이 통과될 경우, 종교인 개인 통장이 아닌 종교단체 통장에서 종교활동비를 관리하도록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문제 소지가 없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을 22일 차관회의에 상정하고 이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최종안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정부, 종교활동비 세무신고 가닥
입력 2017-12-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