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임종석 실장 방문은
UAE가 정상외교 소홀에
서운함 전해왔기 때문”
‘탈원전 정책 항의’는 부인
청와대가 2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배경을 “UAE가 정상외교 소홀에 대한 서운함을 여러 채널로 보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병장병 격려 차원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설명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UAE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항의해 임 실장이 급파됐다”는 야권의 주장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UAE로부터 항의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는 다만 탈원전 정책에 대한 항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명박정부에서 UAE 원전사업을 수주한 뒤 양국 관계가 매우 좋았지만 박근혜정부 중·후반부터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UAE 쪽에서 서운한 게 있다면 가서 만나고,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UAE정부가 직접 항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들었다”고 답했다. UAE 측이 서운함을 전한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아닌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항의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진 게 아니다. 전 정부에서 있었던 내용이라고 들었다”며 “UAE 원전 사업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UAE 등 아랍 왕족국가에선 대통령과 비서실장 등 정상 차원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며 “박근혜정부 말기 탄핵 이슈 등이 터지면서 정상외교가 잘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말기 UAE 왕실과 관계가 소원해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임 실장이 급파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이 사실을 굳이 숨겼던 이유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파병장병에게 이왕 깜짝 선물을 할 거라면 부대 도착 직전에 공개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라며 “원전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이 원전인데도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는 설명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데 대해 “이제는 국정원이 국내에서 민간인 사찰을 못하니까 해외에서 민간인 사찰을 하나. 이 건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따졌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UAE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현지에서 이명박정부의 원전 수주 건을 조사하다 UAE 정부에 발각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서 차장이 급파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기존 입장서 물러난 靑 ‘UAE 해명’… 野가 맞았다?
입력 2017-12-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