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10년 넘게 한국가스공사의 강철 파이프 입찰 담합을 주도했다가 256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현대제철은 건설 자재로 쓰이는 철근 담합 혐의로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20일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7500억원대 강철 파이프 구매 입찰을 담합해 물량을 ‘나눠먹기’한 현대제철 등 6개 제조사에 모두 9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6개 회사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제철과 세아제강 등 6개 업체는 2003년 1월∼2013년 12월 11년간 무려 33건의 입찰을 담합했다. 이들 업체는 가스공사가 2000년대 초반 가스 주배관 공사를 확대하면서 강철 파이프 수요가 늘어나자 저가 수주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짬짜미를 시작했다. 현대제철 등은 입찰 당일 낙찰예정사로 합의된 사업자는 ‘들러리’ 사업자에게 입찰 가격을 알려주고, 들러리 사업자들은 이 가격대로 투찰하는 방법으로 물량을 나눠먹었다. 가스공사가 2011년부터 입찰방식을 대면에서 전자방식으로 바꾸자, 이들 업체 담당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입찰하거나 낙찰예정사의 직원이 들러리 업체를 방문해 서로 감시하며 담합을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액이 14조원이 넘는 현대제철은 이번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현대제철 등을 상대로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와 별도로 철근 담합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제철 등 7개 철강사들이 건설용 철근 가격 인상을 담합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5월에는 공정위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다가 3억1200만원의 과태료까지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현대제철의 담합 혐의를 포착해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현장조사를 나갔다. 1차 조사에서 현대제철 직원 2명은 사내 이메일과 전자파일 등 전산자료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삭제했고, 2차 조사에서는 자료 제출을 특별한 이유 없이 조직적으로 거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조사방해 행위는 고위 임원을 포함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재계 2위 현대차그룹 계열사답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번 가스공사 입찰 담합 제재에서 현대제철 법인 외에 관련 임직원은 고발하지 않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배영수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조사에는 잘 협조해 임직원은 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현대제철, 11년간 공기업 입찰담합 주도… 256억 과징금
입력 2017-12-21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