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몇 줄 자료만 제공
간호기록과 일치 안하기도”
의료사고 가능성 높아져
경찰, 자료분석 등 수사 속도
병원 관련자 모두 소환 방침
서울 이화여대목동병원이 20일 사망 신생아 유가족을 상대로 진행하려 했던 비공개 면담이 파행으로 끝났다. 유가족들은 “병원이 부실하고 불성실하게 면담을 준비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병원은 오후 2시13분부터 유가족들과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 내내 고성이 흘러나왔다. 20여분 뒤 유가족들이 “(병원 측이) 전혀 준비가 안 됐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유가족 대표 A씨는 “(우리는) 의료행위 당사자와 사망 사고 이튿날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던 담당자들이 참석할 것과, 당시 병원이 취한 의료적 조치와 아이들 상태를 유가족이 이해할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병원은 단 몇 줄로 요약한 자료만 제공했고, (실제) 간호기록과 제공한 자료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면담은 병원이 제안했고, 우리는 진정한 사과와 사망 경위를 설명 받는 자리로 알고 나왔는데 불성실한 태도와 준비부족으로 의미 없이 끝났다”고 성토했다. 아이들을 담당했던 의료진과 홍보실장은 처음부터 배석하지 않았고, 지각 참석 후에도 유가족을 배제한 언론 브리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유가족 면담 파행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유가족과 앞으로도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지만 오늘 문제에 대해 병원 차원의 입장 표명은 없다”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이 세균감염 등 의료사고일 정황이 높아지면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사망한 신생아들이 수액이나 주사제를 통해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보건 당국 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숨진 아이 3명에게서 나온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점과 사망 전에 동일한 수액과 주사제를 맞은 사실이 사망 원인과 무관치 않다는 추정이다.
병원 측이 꾸린 역학전문조사팀에 참여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세균 감염 경로가 아이들이 공통으로 맞은 수액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병원 기록상 최근 몇 달간 중환자실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균이 나왔다는 건 사고 직전 평소와 다른 행위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이대목동병원 전자의무기록 등 전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에 나섰다. 경찰은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현장에 있던 전공의 2명과 당직 전공의 3명, 간호사 5명, 교수진 4명 등의 의무수첩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이대목동병원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을 통해 사고 수일 전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에 오간 인물을 모두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글=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준비 부실에 불성실” 20분만에 중단된 신생아 유족-병원 면담
입력 2017-12-20 19:46 수정 2017-12-20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