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 승부수… 당원투표는 ‘무난한 승리’ 예상

입력 2017-12-20 19:01 수정 2017-12-20 23:1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최현규 기자

“당 대표직 걸고 전당원 투표 제안”

통합 확정 땐 정계개편 촉발 가능성

반대파, 투표 무효·저지운동 돌입
“安 대표 사퇴하라” 고성 오가기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표직을 거는 승부수를 던졌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안 대표 사퇴를 공식 요구하는 동시에 ‘투표 무효·저지운동’에 돌입하며 안 대표와 정면충돌했다.

안 대표는 20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직위와 권한을 모두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통합에 대한 당원들의 찬반 여론조사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요구한 재신임 투표를 결합해 통합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뜻이다. 전당원 투표 결과 통합 찬성 의견이 우세할 경우 안 대표는 신속히 통합 절차를 진행한 뒤 새로운 인물 수혈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또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을 ‘구태 정치’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며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경고했다.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제안한 것은 승산이 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K-보팅(모바일투표)과 ARS투표를 결합한 당대표 선거에서 51.09%(2만9005표)로 승리했다. 전당원 투표 방식도 당대표 선거에 사용된 K-보팅과 ARS를 결합한 방식이 유력하다.

안 대표 측은 21일 당무위원회에서 전당원 투표안이 통과되면 27∼28일 모바일투표, 29∼30일 ARS투표를 거쳐 31일쯤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압도적 승리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안 대표가 사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대표는 정치적 고비마다 예상을 깬 승부수를 던져 왔다.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등장했던 2011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했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고, 2014년에는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통합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을 창당, ‘녹색 돌풍’을 일으켜 처음으로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합 반대파는 극렬 저항했다. 안 대표 불참 속에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는 안 대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정동영 의원은 “분란을 일으키고 해당행위를 반복한 안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유성엽 의원은 “안 대표를 끌고라도 오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즉각 투표 무효·저지운동을 전개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도 검토키로 했다.

의총 후에는 ‘안 대표 불신임 결의안’이 의결됐다고 주장한 반대파와 의결되지 않았다는 찬성파 사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김동철 원내대표가 “안 대표 불신임에 대한 ‘총의를 모았다’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중재했다.

안 대표는 의총이 끝날 무렵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원의 명령을 받들어 민주적 통합 절차를 밟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예정대로 21일 당무위를 열고 전당원 투표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당무위는 우리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라 상정되기만 하면 무조건 통과된다”고 자신했다. 당무위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확정할 경우 정계개편이 촉발될 수도 있다. 안 대표가 호남 중진 의원들을 ‘구태 정치’로 지목한 것을 놓고 호남 의원들은 사실상의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민의당 이탈파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으로의 복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글=최승욱 김판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