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도 홍채 인증… ‘감옥도시’ 신장지구

입력 2017-12-21 05:03
중국 신장자치구 카슈가르 주민들이 지난달 5일 시내에 배치된 공안의 장갑차를 쳐다보고 있다. AP뉴시스

호텔과 은행, 쇼핑몰에서 안면인식 카메라가 수상한 인물을 가려낸다. 주유소에서는 신분증을 스캔하고 홍채인식 장치에 눈을 대야 한다. 거리의 공안요원은 스마트폰에 어떤 사진과 영상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장비로 수시로 시민들을 검문한다. 위험인물로 판단되면 말하는 어조까지 기록한다. 도로의 카메라는 지나는 차량이 다른 지역에서 왔는지 번호판을 보고 자동식별한다. 상업용 차량에는 의무적으로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다. 검은색 장갑차와 군용 지프가 일상적으로 거리를 누빈다.

중국 정부가 분리독립 운동이 일었던 위구르족 신장자치구를 수년 새 숨 막히는 ‘판옵티콘(Panopticon·원형감옥이란 뜻으로 항상 감시받는 상태를 의미) 도시’로 만들어놓았다. 소설 속 ‘빅브러더’를 연상시키는 첨단감시 체제가 일상화된 것은 물론 최근 이 지역에서 수만명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반인권적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신장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의 삼엄한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정부가 이 지역 보안체계를 급격히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3월 중국 서남부 쿤밍역 테러 이후다. 정부는 테러 배후로 신장자치구 분리독립 운동 세력을 지목했다.

분리운동 세력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첨단 시스템이 도입됐다. 신장자치구로 들어가는 길부터가 감시의 시작이다. 과거 실크로드 관문으로 쓰였던 지점은 공안의 검문소로 변했다. 이곳에서 전신 스캔과 신분증 검사, 안면 스캔을 거쳐야 한다. 길에도 수십∼수백m마다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모든 식당에도 감시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다. 주민들이 제출하는 인구조사 양식에는 해외여행 횟수와 주변인 중 수감자 등을 기재해야 하며 이에 따라 주민은 3단계 위험등급 인물로 분류된다.

신장자치구에 올해 들어 3월까지 보안 강화 명목으로 들어간 금액은 70억 위안(1조1500억원)이 넘는다. 보안업체 ‘운종과기(云從科技)’의 쟝준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신장자치구 인구 10만명당 들어간 감시장비가 타 지역 수백만명에게 들어간 장비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장자치구에는 ‘교육훈련센터’가 곳곳에 들어섰다. 훈련을 명목으로 반정부 인사들을 수천명씩 구금하고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갑자기 구금되면서 대량 실종설이 돌기도 했다. AP통신은 현지 주민을 인용해 “훈련센터에서 직업훈련을 빙자한 세뇌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