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금융위에 권고했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가 어렵다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런 내용의 최종 권고안을 20일 발표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2008년 삼성 특검이 발견했다. 특검 이후 이 회장 측은 1000여개 계좌에서 약 4조4000억원을 인출해 갔다. 이 차명계좌 대부분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것이다. 금융위는 금융실명제법상 법 시행 이후 개설된 계좌에는 과징금 징수 규정이 없어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만 과세는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혁신위는 이에 대해 법 시행 이전 개설된 것으로 나타난 계좌 20개에 대해 과징금 부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 시행 이후 개설된 계좌에도 입법을 통해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실명제의 유효성을 제고하고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
혁신위는 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대해 “은산분리 완화에 기대지 말고 자체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발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기업이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경우 재조사 등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키코처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품의 경우 금융 당국이 직권으로 판매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금융혁신위 “삼성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검토해야”
입력 2017-12-20 19:04